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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The scariest part of being alone ( 1 ) 빈, 이라는 글자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날들이 있었다.
가족이 죽은 날. 그 날 이후로 드미트리의 세계는 늘 소란스러웠다. 제도에서도, 자치령에서도, 곳곳에 퍼진 조디악의 영업장에서도 그랬다. 살아가는 자들이 서로 시끄럽게 뒤엉켜 서로 싸우고 헐뜯고 속여대서, 그 희미한 한 글자는 번잡한 소음에 묻혀 사라졌다.
혼자 있는 날, 혼자 있는 방을 노려 그 한 글자는 찾아왔다. 어젯밤처럼, 흰 산봉우리도 어둠에 잠겨 보라색으로 지워지고,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밤에도, 책상에 앉아 종이를 붙잡고 펜을 서걱거리고 있노라면 그 환청은 귓가에 몰려왔다.
떄로 그 환청은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소리로 들렸다. 때로는 머리를 쓰다듬고 다과를 건네주는 소리로 들렸고, 때로는 칭찬하고 격려하는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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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로는, 그 소리는 무섭게 자신을 꾸중하는 아버지의 비난으로 들렸다. 슬픈 날엔 언제나 그랬다. 율사를 그만두고 파계 율사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처음으로 사람을 속였을 때… 그런 밤, 잠 못들어 책상에서 무언가를 서걱거리고 있노라면, 문지방 너머로부터 환청은 파도처럼 몰려왔고 세상을 무너뜨릴 듯한 굉음으로 귓바퀴를 타고들어와 머리를 두들겨댔다.
제 3의 가능성이 불현듯 드미트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에바가 재판장에서,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고 선언한다면? 깔아놓은 판이고 증언이고 상관없이 전부 끝장나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드미트리는 에바의 뺨을 붙잡고 한 가지 다짐을 받아냈다.
“”에바, 어렸을 때 함꼐 나눴던 맹세를 기억하지요?”” 실시간파워볼
“”무슨 일이 있어도… 제국을 멸망시키고. 싸움에 임하면 최선을 다 한다고.””
“”오늘도 마음 굳게 먹고, 그걸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에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륜을 위해 배신을 저지른 에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국을 부수고 조디악의 나라를 세운다는 목적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으로 만난 생애의 혼돈 앞에서, 에바의 행동은 불분명하고 뒤엉켜 있었다. 사춘기답게. 드미트리는 조금 더 구체적인 요구와 다짐을 시작했다. 증인으로서 에바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맹세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바는 수긍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어요, 우리 강아지.”” 파워볼실시간
다짐을 마친 드미트리는 웃으며 에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드미트리의 키가 더 작았으므로 에바는 숫제 엎드려서 쓰다듬을 받아야 했다. 합류한 두 사람은 곧 륜의 방에 도착했다. 주인이 없으므로 하인들도 일을 대충 처리한 것인가, 곳곳에 먼지가 쌓여 바닥과 가구들은 잿빛 옷을 입고 있었다.
콜록대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륜의 방을 열어젖힌 드미트리. 문을 열자 마른 포플러꽃의 향기가 났다. 얼마 전에 새로 방향제를 꺼내 걸어놓은 듯했다. 륜은 언제나처럼, 정물처럼 침대 위에 누워 상반신을 일으킨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 일은 없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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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는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륜은 늘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활짝 열린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오늘에야말로, 떠나간 가족분들의 복수를 끝마칠 날입니다. 역사적인 날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파워볼게임사이트
드미트리가 박수를 치자 하인들이 륜에게 접근하려 했다. 그런데 또 놀라운 일이었다. 륜은 그들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손바닥을 세워 막더니, 영차 힘을 내서 스스로 휠체어 위에 올라탔다. 드미트리는 잠깐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러나 다시 감았다.
드미트리는 륜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드미트리는 륜에게서 동병상련을 느꼈다. 드미트리는 륜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죽음을 보고 홀로 남겨진 이래로, 가슴 깊숙한 방 속에 갇혀 있는 무기력, 그 무기력이 팔을 뻗어 륜을 지배하고 있는 무기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비극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태였고, 그런 무기력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드미트리는 알았다. 뼈저리게 알았다.
그녀에게선 삶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드미트리는 알았다. 원한과 증오였다. 우리는 륜을 우리들의 방에 초대할 것이다, 그리고 무기력을 숨기고 살아가게 도와줄 것이다. 드미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응?””
그런데 어째서일까, 직접 륜을 태운 휠체어를 끌고 방을 벗어날 때, 어디선가 또 빈, 이라는 환청이 울렸다. 안타까워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꾸짖는 소리 같기도 했다. 드미트리는 방을 나서다 말고 딱딱하게 응시했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
“”이 사람이, 진짜 아이 우르드, 레이븐사이드의 세 번째 에페 바체입니다.”” 파워볼사이트
륜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 나아가, 륜을 지배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착각. 그 착각은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가를 치렀다.
은방울꽃 재판에서 륜의 증언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4대 3, 여기서 륜이 에바 편을 들기만 하면, 바로 지루한 법리로 넘어갈 수 있었던 찰나였다. 륜은 갑자기 두 다리로 휠체어에서 스스로 일어났다. 이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을 두고 장내는 관중들로 가득했는데, 그들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일어선 그녀는 아이를 가리키며 저렇게 또박또박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법리를 준비하던 드미트리는 깜짝 놀라서 책상을 크게 두드리고 일어섰다. 대충 덮어쓴 검은 가발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일어선 륜의 눈동자는 여전히 결연한 빛을 띄고 있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증인은 오랜 지병을 앓고 있어서, 지금 증언 능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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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는 어질어질한 가운데서도 재빨리 활로를 찾아냈다. 륜은 몸이 병약해서 방 안에 갇혀 있었으며, 한 번도 에페 바체를 보지 못했으므로 증언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그녀가 기면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까지 끄집어내서 륜의 증언을 무효화시키려 들었다. 하지만 륜은,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면서 계속 말했다.
“”며칠 전 밤, 저는 저기 있는 저 흰 머리의 검사가 진짜 아이 우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이가 륜의 방에 숨어들었던 날이었다. 어째서인지 아주 끔찍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바닥에서 덜덜 떨고 있는 륜을 낚아챈 아이는 륜을 금지된 숲으로 데려갔다. 아이의 등에 매달려 바둥거리던 륜은, 널따란 공터에 내려지고 나서야 진정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건…?”” 세이프파워볼
거기에서 륜을 기다리고 있던 것. 그건 레이븐사이드의 동료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조각상이었다. 에바에게서 전언을 듣고 난 아이는 홀로 계획을 세웠다. 륜을 묶고 있는 맹세는 ‘아이 우르드’를 위해 행동한다는 맹세였다. 그렇다면, 륜이 진심으로 자신을 아이 우르드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그 맹세도 무효화되는 셈이었다.


쉽다면 쉬운 발상이지만 드미트리는 이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다나와의 공방전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떄문이었고, 에바가 그 맹세 내용을 유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드미트리는 륜의 무기력을 믿었다. 자신이 이제부터 이식할 제국에 대한 원한, 그리고 분노 외에는 어떤 것도 그녀를 방에서 꺼낼 수 없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건… 블레어 아저씨…””

아셀라이에게서 배우기 시작한 뒤, 매일같이 수양한 아이의 조각 실력은 이미 조각가의 수준이었다. 아이는 애정을 담아서 블레어를 조각했다. 입주름에 그 호탕한 웃음을 새겼고, 늙어도 줄어들지 않은 우람한 근육을 새겼다. 그 옆에는 등짝을 얻어맞는 잰슨이 있었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하나하나가, 레이븐사이드의 일원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며 그들을 깊이 이해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담을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런 목상들이 이 공터에는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에바의 일기를 받은 이후, 아이가 밤잠을 줄여가며 새겨놓은 것이었다. 그녀의 일기장을 많이 참조했다. 그녀가 보고 싶어했던 것, 그녀가 꿈에서 보았던 것들을 현실에 조각해서 보여주었다. 고요한 금지된 숲에도 달빛은 들이쳤다. 늘 침대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그맣기 그지없는 륜을 그 달빛이 하얗게 비추었다.
륜은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전람회를 돌아다니듯 아이가 조각한 레이븐사이드의 목상을 둘러보았다. 목상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다음 목상으로 건너갈 떄마다, 륜은 목상을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하얀 맨발에 이지러지는 달빛이 그런 그녀의 행로를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정성들인 조각.

란페이의 조각 앞에 다다랐다. 그것은 무언가를 뒤에서부터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라딘포 공성전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내주었을 때. 그 떄의 란페이의 얼굴은 아이도 보지 못했다. 그 얼굴을 상상해서 조각한 것이었다.
“”아.””

란페이가 안고 있는 아이의 얼굴, 그것을 어루만지는 륜의 등에 뜨거운 감촉이 닿았다. 아이였다. 아이가 뒤에서부터 륜을 끌어안아준 것이었다.
“”당신의 언니가 건네준 걸, 나도 건네주러 왔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이나, 밤의 공터에서 끌어안은 채 서 있었다. 그 온기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진짜 아이 우르드라고.
“”그런… 제기랄… 말도 안 되는…이, 빌어먹을 난봉꾼 자식이!””
증언을 들은 드미트리는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렸다. 그답지 않게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그럴 만도 했다. 호노레는 그 모습을 보며, 비웃듯이 법봉을 두들겼다.

“”이의 신청은 기각합니다! 증인의 능력은 유효합니다!””
“”그윽… 크으윽!””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누군가가 무거운 박수를 쳤다. 휙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아이는 그게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통령이었다. 통령과 특무국 사람들, 그리고 소산맥파의 사람들이 자신 뒤의 방청석에 가득 앉아 있었다. 통령의 박수를 시작으로,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미 재판의 승패는 결정난 듯 보였다.
“”이건, 안 돼. 여기에, 명운이… 이런 예지는 없었는데… 에바!””
드미트리는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팠다. 드미트리는 흉험한 눈으로 에바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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