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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은?” 당혹감을 뒤로하고 소어가 노인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나는 마기(魔氣)를 쫓아 왔거늘. 그대가 있을 줄은 몰랐구려.” 황당하긴 노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나 서로 간의 의문은 미룰 때였다.
-크아아아악!
7마리의 설산거신이 짐승의 포효와 함께 거대한 몸뚱이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파파팟-
소어는 쾌경보로 신형을 물린 뒤, 파천연격포의 쌍권 일식으로 설산거신을 내리쳤다.
꽈아아앙!
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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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거신의 가슴께에 금이 갈라졌다.
하나 놀랍게도 이내 거신의 흉부가 다시 붙는 게 아닌가.
‘대단한 재생력을 가진 마물이야!’ 소어는 귀마강시라는 엔트리파워볼 희대의 마물도 잡은 적 있기에, 설산거신쯤 우습게 여겼다.
하나 그건 착각이었다.
설산거신은 비록 느려 터져, 경신법을 익힌 무인에겐 살상력이 없었지만 강철 같은 맷집과 탁월한 재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러니까 빙궁의 고수들이 잡으러 왔다 헛걸음했지. 후…….’ 아무래도 사냥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그 순간.
기감에 강력한 기의 파동이 감지되었다.i

‘……이건?’ 순수 정양한 내공과는 다른 기운.
하나 분명히, 그 기운에서 느껴지는 힘은 거대한 파도처럼 소어의 감각을 덮쳐왔다.
고오오……!
기운의 주체는 바로 백의 노인이었다.
-쿠오오오!
노인이 피워 올린 현기에 고통을 느낀 건지, 설산거신이 EOS파워볼 괴음을 내뱉었다.
해월빙산 전체를 가득 메우는 살벌한 포효.
이 자리에 범인이 있었다면 심맥이 터져버렸으리라…….
그때.
“소협.”
백의 노인이 소어에게 말했다.
“네.”
“내가 저 빙결계 마물의 몸에 불을 붙일 터이니, 심약해진 틈을 타, 무공으로 제압하시오.” 노인의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설산거신은 온몸이 얼음일뿐더러, 몸을 감싸고 있는 지독한 한기가 호신강기처럼 둘러져 있었다.

더구나 덩치는 얼마나 거대한가?
숫제, 얼음 동굴이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설산거신의 몸에 불을 붙인다?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는 또 있겠나 싶다.
하지만.
“^&%@#$%[email protected]#……!” 어제 객잔에서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입에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화아아아아악!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설산거신의 몸에 시커먼 불길이 번지는 로투스바카라 게 아닌가.
‘헉…!’ 소어가 대경실색한 눈으로 백의 노인과 설산거신을 번갈아 보았다.
‘보통 사람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대단한 공능이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능’.
이른바, 무공이 아닌 술법으로 천기를 내다보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특별한 능력.
이전에도 구양선을 통해 경험한 적 있고, 백부에게 듣기로, 우천마검 노영명 역시 대단한 공능의 소유자라 했다.
하나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단, 때려잡고 보자.’ -파파팡!
소어의 신형이 잔상을 흩뿌리며 비호처럼 거신에게 쏘아졌다.
쿠아아아앙거신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셌다.
하나 거신에게 다가간 소어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불길 때문에 녀석의 몸을 감싸고 있던 지독한 한기가 수그러들었어.’ 그랬다.
파천연격포가 연거푸 수포로 돌아간 것은, 거신의 전신에 둘러진 지독한 한기와 반탄력 때문.
하나 노인의 술법에 검은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거신의 몸에는 더 이상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꽈르르르릉!

뇌전 강기를 머금은 소어의 권격이 거신의 흉부를 강타하자.
쿠아아아아악!
거신의 괴성이 격렬하게 터져 나옴과 동시에.
콰가가강!
빙산(氷山)이 무너지듯, 거신의 몸뚱이가 산산조각 으깨어졌다.
‘한 놈, 끝났고!’ 일격에 한 두(頭)의 거신을 처치한 소어가 쉬지 않고 다음 행동에 착수했다.
때마침, 백의 노인의 술법도 재차 이어진 까닭이다.
화아아아악!
노인의 술법은 그야말로 신비롭기 짝이 없었다.
무공으로도 사물에 불을 붙일 수 있지만, 그런 삼매진화와 노인이 시전한 술법의 불길은 빛깔부터 상이했다.
‘검은 불꽃이라……. 신기해.’ 의문을 자아내는 와중에도 오픈홀덤 소어의 무자비한 십초무적공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거신들을 박살 내 갔다.
꽈르르르르릉!
-쿠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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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가가가강!
콰지지지직!
그렇게 해월빙산 골짜기마다, 거대한 폭음과 굉음이 울려 퍼지고…….
‘마지막 한 놈이다!’ 덩그러니 남은 한 두의 거신의 머리통에 소어의 철두공이 폭사하는 순간.
꽈아아아아앙!
한 식경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사냥이 노인의 도움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 이렇게 또 한 번 독특한 경험을 하는구나.” 모든 마물을 처리하고서야 소어가 숨을 골랐다.
상당한 양의 내력을 쏟아부었기에 낮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지.’ 소어는 백의 노인의 눈치를 슬쩍 살핀 뒤.

파파팟-
광휘를 흩뿌리는 홀연한 보보(步步)로 바닥에 떨어진 세이프게임 설산거신의 내단을 재빠르게 수거(?)하는 기염을 토했다.


“허허. 그 무에 중요하길래 금덩이마냥 주워 담는 게요?” 내단을 쓸어 담아 품 안에 고이 집어넣는 소어를 보며 백의 노인이 허허로이 웃었다.
‘그래! 나도 양심이 있지, 이건 아니야.’ 소어는 7정의 내단 전부를 꿀꺽하려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노인이 없었더라도 어떻게든 설산거신을 요절냈겠지만, 분명 도움을 받았기에, 독식하는 건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하하. 영감님께도 나눠드리죠. 영감님의 공능이 큰 도움이 된 건, 맞지만 어쨌든 제가 결정적으로 소탕한 셈이니, 영감님 두 개. 제가 다섯 개. 어떤가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찰나, 소어는 나름대로 계산을 마쳤다.
우선 북해빙궁주, 왕방태와 왕소영에게 내단을 하나씩 내어줄 생각이었고, 사매와 사제에게도 선물할 요량이었으니 최소 4개의 내단은 필요했다.
‘우선 두 개 부르고 더 요구하면 세 개까진 감수하자.’ 그러나 이런 소어의 철저한 계산은 부질없는 주판 튕기기에 불과했다.

“껄껄! 소협. 뭔가 오해가 있나 보오. 이 늙은이는 내단에 조금도 욕심이 없으니 모두 소협이 가지시구려.” “정말입니까, 영감님?” “물론이외다.” “아! 그래도 이건 아닌데. 사람이 상도덕이란 게 있지, 이래선 영….” 속으로 좋아 죽겠으면서도 너스레를 떠는 소어.
표정은 숨길 수 없었는지, 어느새 입꼬리는 슬쩍 올라간 채였다.
“나는 그런 내단으로 능력의 증진을 기대할 수 없다오.” “하지만…… 대형 약방이나 무림인에게 팔기만 해도, 큰돈을 벌 수 있을 텐데요.” “이 늙은이, 보잘 것 중생에 불과하나, 사리사욕엔 흥미가 없소. 그러니 개의치 말고 가지시구려.” “아! 하핫. 이것 참, 겸연쩍네요.” 다소 민망했지만, 소어로서는 콧노래를 부를 일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입 닦을 순 없지.’ 하나 마음이 불편했기에 소어는 노인에게 근사한 식사라도 대접할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저… 어르신.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식사라도 하시겠어요? 괜찮으시면 곡차도 한잔 대접하고 싶어서요.” “그러잖아도, 내가 청하려던 참이외다.” “하핫, 잘 됐군요. 그럼 가시죠, 어르신. 모시겠습니다.” “고맙소.”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그렇게 한때의 소란을 뒤로한 채, 하산하여 고풍스런 느낌의 객잔을 찾았다.


“정말, 어르신께서 고려인이란 말씀이세요?” “그러하외다.” “한데, 되게 중원 말을 잘하시네요. 위화감이 전혀 없어요.” “그것은 이 늙은이가 소싯적 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기 때문이지요.” “아하!”
신기한 일이었다.
또한 소어는 이 신기한 일이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잖아도 노인의 신태비범한 능력에 구양선을 떠올리던 참인데, 하필 노인도 구양선처럼 중원인이 아닌, 고려인이라니!
‘구양 형이랑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때마침 노인이 자신의 이력을 나직하게 늘어놓았다.
“내 이름은 백인화로 고려, 우도방이란 곳의 방주외다. 최근 천기를 점친 결과, 중원에서 악왕성(惡王星)이 떠오르는 것을 발견하였소. 시대 고하를 막론하고 악왕성이 떠오를 땐,

천하의 큰 변고가 생기기 마련. 나는 그 일을 조사하기 위해, 중원에 발을 내디딘 거요.” “악왕성이라……. 제가 점성학에 일가견이 없다 보니, 금시초문이군요.” “허허. 이해하오. 악왕성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점성일뿐더러, 단순히 별자리를 가늠하여 알 수 있는 게 아니오. 아마 중원에서 기문, 진법, 오행, 팔괘에 가장 능통한 제갈세가의 인물이 아니라면 대부분 알 수 없을 거외다.” 노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소어는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도 대단했을뿐더러, 잔잔한 호수처럼 침잠한 안광과 듣기만 해도 마음이 가라앉는 차분한 음성이 더해지자, 일신에서 무어라 형용키 힘든 헌앙함과 현기가 물씬 느껴진 것이다.

그런 와중, 문득 소어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어르신. 말씀 중 죄송한데, 방금 우도방이라 그러셨지요?” “그렇소. 혹시, 본 방을 들어본 적이 있소? 두문불출한 지 수십 년이 되어 알 수가 없을 터인데.” “들어본 적 있어요! 확실히요! 저는 우도방의 제자를 알고 있으니까요!” 소어의 말에 노인, 백인화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물었다.
“본 방의 제자라? 혹, 우치를 만난 게요?” “우……치요?” “10년쯤 되었으려나. 제자였던 우치가 중원행을 결심하고 본 방을 나섰소. 성품이 게으르고 술을 즐기던 아이지만, 퇴마에 소질이 있고, 특히 관상을 잘 보던 아이였소. 비록 떠났으나, 중원에 온 김에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구려. 혹시 소협이 우치를 알고 있는 게요?” ‘말만 들어보면 딱 구양 형인데. 이름이 다르잖아?’ 희한한 생각이 든, 소어가 백인화를 향해 되물었다.
“그…… 제자 분 이름이 우치 맞나요? 구양선이 아니라?” “구양선이란 이름은 들은 적이 없소.” “제가 아는 우도방의 제자는 구양선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나이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쯤 됐는데.” “나이는 맞소만 이름은 틀렸소.

중원으로 갔던 제자의 이름은 전우치요.” “음……. 그럼 어르신. 이건 어떨까요?” “……어떤?” “어르신께선 천기를 조사하기 위해 중원에 오셨으니, 딱히 목적지는 없으신 거죠?” “그렇소. 다만, 천하 변고의 근원지라 함은, 응당 황궁이나 무림이 될 터이니 우선 무림의 정세를 판별하기 위해 주유할 생각이오. 물론, 중간중간에 마기를 감지하면 마물을 소탕하면서 말이오.

” “아! 오늘 설산거신을 잡으신 것처럼요?” “그렇소.” “그럼 당분간 저와 동행하는 게 어떨까요?” “……소협과?” “마침 제가 무림인이기도 하고, 어르신의 제자와 제가 아는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도 할 겸요.” “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구려.” “북해에 사업차 들렀지만, 일도 일단락된 셈이니, 본가에 들렀다가 무림맹으로 향할 거예요. 그러잖아도 이제 곧, 무림맹의 새 맹주 선출 건으로 호출이 올 거니까, 함께 가시죠. 강호의 정세를 판별하고자 하면 무림맹만 한 곳이 없죠.” 소어의 말에 백인화가 흔쾌히 끄덕였다.
“좋소. 그리하겠소.” 소어도 기꺼웠다.
그러잖아도, 눈앞의 노인.
바로 고려 우도방의 방주 백인화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왠지 무공과 공능,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식견을 갖춘 백인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어르신!” “말씀하시구려.” “혹시, 물건을 잔뜩 들 수 있다든가, 또는 궤짝을 짊어지고 하루아침에 천 리를 달린다든가 하는… 그런 능력 같은 건 없으시죠?” “딱히 그런 술법을 가진 것은 아니나, 마음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소. 나는 축지법을 펼칠 수 있으니.” “잘됐습니다, 참 잘됐어요. 하하하.” “한데, 그건 왜 물으시오?” “저…… 일 좀 도와주시죠?” 백인화에게 조금(?)의 도움도 받을 요량이란 게 함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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