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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소어야……!” “백부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게 말이다…….” 분통 터지는 마음을 추스르고 우선, 소어는 백부를 통해 장내의 상황을 간략하게 전해 들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왁자지껄한 대회장을 예상했건만….
근원도 파악되지 않은 독에 중독당한 선배들.
부상이 심각한 당일기, 묘선, 남궁문.
정체불명의 흑의인들은 차치하더라도, 소어 인생 최고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노영명까지 출현한 상황이었다.
‘일단 사태 수습이 먼저야.’ 소어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했다.
분명, 작금의 상황은 근 수십 년 사이 백도의 가장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소어야…….” 홍련사태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소어의 귓가를 스쳤다.

“홍련 할머니…….” “네게 못난 꼴을 보이는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소어야…” “할머니. 어릴 적, 저와 할아버지께 은혜를 베풀어주셨죠. 물론, 이후에도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은혜.” “…….” “오늘 갚을게요.” 소어가 힘없이 늘어진 홍련사태의 파워볼게임 손을 꼭 붙잡았다.
지금 현재, 가장 비참한 이는 누구보다 홍련사태이리라…….
자신이 맹주가 된 첫날, 구대문파의 존주들과 팔대세가의 고수 대부분이 중독당한 상태인 데다가 제갈혁의 기지로 마련된 후기지수의 연승식 비무도 연전연패를 거듭 중이지 않은가.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련 할머니.” “……그래, 소어야.”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지금부터 제게 한시적 ‘비상 대책 위원장’의 권한을 주세요.” <비상 대책 위원장> 생소한 직함이었다.
하나 소어는 학관의 수석 교관이 되던 당시, 읽었던 ‘간부 총괄 요람’이란 서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간부 총괄 요람>은 무림맹의 법규와 명령, 행정, 준칙 등을 총망라하여 간략하게 집약시킨 책이었는데, 거기엔 분명 ‘비상 대책 위원장’의 대목이 서술되어 있었다.
“비상 대책 위원장이라면…?” “지금부터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제가 진두지휘하겠습니다.” ***
비상 대책 위원장은 말 그대로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태를 수습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존립하는 ‘한시적 최고위 간부’를 상징했다.
-무림맹 준칙 제 27조.
비상 대책 위원장은 무림맹의 모든 부서에 명령을 전달할 수 있고, 맹주 외에 모든 인원은 응당, 명령에 따라야 한다.
바로 이 대목을 상기한 까닭에 소어는 홍련사태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것이었다.
하나 이 엄청난 권한 양도를 결정함에 있어, 현재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주요 인사들과 눈빛으로 의사 결정을 합의한 홍련사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본 맹주는 금일, 이 시간부로 모용세가의 대제자 진소어를 비상 대책 위원장을 임명한다.” 그러자 소어가 고갤 끄덕이며 일사분란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의약당주님.” “네, 위원장님.” “여긴 제가 진두지휘할 테니 걱정마시고 부상자들을 의약당으로 옮겨 시료에 집중하십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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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문철 가주님!” “말씀하시게, 진 소협.” “당문의 영웅들은 독에 한해, 천하제일입니다. 선배님들을 당장 해독시킬 순 없겠지만, 상태가 위중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세요.” “알겠네.” “광원대사.” “네, 진 시주.” “이 비무. 제가 종결하겠습니다. 대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힘을 아껴주세요. 지금 중독되지 않은 건, 소림의 고승들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사형…’ ‘소어야!’ ‘진 형이 왔으니 이제 치욕을 되갚을 차례다!’ 소어의 모습을 보며 중인들은 말할 수 없는 든든함과 놀라움을 함께 느꼈다.
그 순간. 엔트리파워볼
“네놈들은 나서지 않을 셈인가?” 무너진 비무대 중앙에서 황윤이 으르렁거렸다.
‘시간을 끌수록 내가 불리해진다.’ 연거푸 펼쳐진 비무에 황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속히 다음 주자와의 비무를 통해 ‘흡성대법’으로 기사회생을 노렸다.
물론 그의 그러한 바람은.

“지금 간다, 이 우라질 놈의 [email protected]#$%^& 새끼야.” 공식 석상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소어의 욕설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꽈릉……!
‘……이게 대체?’ 황윤은 분명 흡성대법을 펼쳐 상대의 내력과 정기를 모두 빨아들일 요량이었다.
하나, 그런 작전은 그저 부질없는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푸헉!” 단 한 방.
그저 소어의 어깨가 황윤의 가슴팍에 닿았을 뿐인데….
콰지지지직!
단발의 신음.
그리고 한 움큼의 선혈과 함께 황윤의 흉부를 포함한 상, 하복부의 뼈가 박살 나버린 것이다.

태경심법의 10성 내력이 가미된 EOS파워볼 십초무적공.
고산팔벽의 수법이었다.
‘저자는… 대체?’ 백련교도들과 동창 고수들의 머리에 의문이 번졌다.
도저히 보고도 믿기 힘든 일격에 모골이 송연해진 탓이다.
그러나.
“다음!” 그런 공포마저도 깡그리 지워버리는 소어의 외침에.
“캬! 우리 아우 최고다!” “살아있네, 살아있어. 어이?” 의형 산적왕과 수로왕이 때아닌, 격려와 함성을 내지르는 게 아닌가.
‘아이고. 형님들… 상황이 상황인데. 그건 좀…’ 소어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진형! 저 쓰레기들 박살 좀 내달라고!” “이제 니들은 끝났어. 이 새끼들아!” “우리 진형이, 어? 체력으로 따지면 고금 이래, 최강이다, 이 새끼들아! 연승식 비무에 최적화된 인간이 진형인데. 니들 x됐어!” 전직, 인단 생도들 또한 장내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나서버렸다.
“허허허…” “정말 못 말리겠군.” “소어야…” 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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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중독으로 무기력하게 고개만 떨구고 있던 명숙들의 입꼬리도 가늘게 승천하고 있었다.


“다음!” ‘캬! 추풍낙엽이로고!’ “다음!” ‘욱일승천이 따로 없구먼!’ “다음!” ‘연전연승이로다! 연전연승! 크하하!’ 백련교 측을 제외한 장내 모든 인원의 가슴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으로 젖어 들었다.
‘벌써… 마지막이야?’ 나타나자마자, 내리 4연승을 쟁취한 소어가 여전히 ‘다음!’이란 어이없는 말만 내뱉고 있었으니까.
“저놈… 무조건 죽인다…” 노영명이 이를 까득 갈며, 살의 번들거리는 눈으로 소어를 응시했다.
하나 소어의 눈빛은 그를 향한 조롱으로 물들어 있었다.
더욱이.
낼름-
누가 볼까 싶었는지, 아주 찰나 간.
부들거리는 노영명을 향해 혓바닥까지 낼름거리는 소어였다.
“크크. 노 대협. 노기를 거두시오. 어차피 죽을 녀석이니.” “…….” “이번 대결에서 고주회 대장을 내보내겠소.” “좋소!” 노영명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고주회 대장.
바로 한 태감의 오른팔이자, 동창의 총대장으로 로투스바카라 무위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정예 고수.
한 태감은 고주회가 다소 어렵겠지만 소어를 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나 노영명의 생각은 달랐다.
‘동창의 총대장이라도 저 녀석을 이기지 못할 거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직접 나서서라도 소어만큼은 반드시 죽이겠노라 다짐하였다.
“고주회 대장.” “네, 태감.” “진소어의 목을 가져오라.” “충!”
한 태감의 명령에 고주회가 소어를 향해 다가갔다.
‘동창의 총대장이며 금의위의 총대장과도 동격인 내가 한낱 백도의 젊은 핏덩이 녀석에게 질 수는 없지!’ 굳은 결의만큼, 그의 안광도 짙은 살의를 담았다.
소어도 이번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신이 한 자루의 잘 벼려진 명검(名劍)과도 같아.’ 소어는 익히 알고 있다.

저런 유형의 인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만의 검로를 개척해간다는 사실을.
수천, 수만 번.
일평생 검 하나에 몰두한 검의 장인이 되어야만 저런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기세를 뿜어낼 수 있다는 걸.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해.’ -쿵, 쿵쿵.
소어가 양손과 다리에 차고 있던 현철 덩어리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땅이 움푹 꺼짐과 동시에 고주회 총대장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하나 그 놀라움은 시작일 뿐.
“어이, 형씨.” “…….” “사실 형씨 정도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무어라?” “내가 지금 할 일이 좀 많아. 그래서 바쁘거든?” “나를 조롱하는 게냐?” “조롱은 무슨. 그냥 형씨 불쌍해서.” “뭐?”
“처절하게 뭉개버릴 거거든.” 동시에.
우우웅…….
소어의 몸에서 고저(高底)를 감지하기 힘든 굉음이 오픈홀덤 흘러나오더니.
스스스…….

신형 전체에서 백색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게 아닌가.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그래야만 꺾여버린 장내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맹의 기상을 바로 세울 수 있어.’ 이 와중에도 소어는 사후 상황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금일의 망신은.
자신의 폭발적인 무위로 상쇄시킬 것을 다짐하며.
콰가가가가강!
‘……!’ ‘……!’ ‘……!’ 보았다.
분명 보았는데.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백도의 인물도.
백련교 측도.
심지어는 장번팔, 장번하 형제도.
권강(拳罡)?
분명 소어의 쌍수에서 거대한 크기의 강기가 발출되긴 하였다.
하나 그 공격은 단순한 권강이 아니었다.
주먹과, 박치기, 어깨치기, 팔꿈치, 무릎 찍기까지.
그야말로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십초무적공 중, 무려 다섯 가지의 초식이 대경할 크기의 강기를 형성해 고주회 총대장의 몸을 집어삼킨 것.

“후…….” 소어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금의 일격은 그로서도 위험을 감수한 부담스런 한 방이었으니까.
소어의 제아무리 뛰어난 고수라지만 이런 가공할 일격(一擊)을 펼쳐내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 일격은 불가능할 수준의 쾌속함을 머금었고.
불가능한 수준의 내력을 담보했으며, 자연의 섭리마저 거스르는 미증유의 무리를 담았으니까.
‘태청무극신단의 효험 덕분이야.“ 그러했다.
바로 이러한 일격의 동력은 귀곡산장 제1방에서 획득한 ‘태청무극신단’의 효용이었다.
평소 태경력과 신단의 힘을 동시에 폭사하면 그 거력(巨力)을 신체가 버티지 못한다.
그 탓에,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혼용하기만 하던 터.
하나 이번에는 두 가지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 십초무적공의 다섯 가지 살초를 일격에 담아내는 기염을 토했으니.
시이이이잉…….
동창, 총대장 고주회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한점 바람에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지러워….’ 현기증이 일었다.

더불어 소어는 체내의 기혈이 역류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입꼬리는 올라간 채였다.


모용세가의 식구들도.
정파의 선배 고수들도.
전직, 생도들과 친구들도.
얼떨결에 얻어버린 의형들도.
지금 이 순간, 소어를 바라보는 그 모두의 눈이 경외의 빛으로 반짝였다.
그때.
“천둔서(天遁書) 술식…….” 그것은 나지막한 읊조림이었다.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하나 그 읊조림은 노영명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고.
콰르르릉!
그의 술법이 구현되는 동시에, 소어의 머리 위로 거대한 벼락 줄기가 번쩍! 하고 나타났다.
콰과과광!
벼락이 소어의 몸을 관통했다.
신의 경지에 오른 육감과 신체 반응력이 스스로 활로(活路)를 모색하여, 소어로 하여금, 양팔을 교차하며 머리를 보호하고 답설무흔(踏雪無痕)을 시전토록 해, 치명상은 면했지만.
‘끄응……!’ 고주회를 고혼으로 만들며 무리했던 심신과 공능의 피격으로 인해, 소어는 심각한 내상을 입고 피를 뿌리며 몸을 휘청거렸다.
하나 노영명의 술법은 끝나지 않았다.
구우우우우…….


또 한 번 소어의 머리 위로 암영이 드리우고….
“죽어라!!” 노영명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강림한 벼락이 다시금 쏘아졌다.
그 순간.

챙, 챙, 챙…!
기이한 굉음과 함께 소어의 신형 저변으로 투명한 장막이 원형의 형태를 띠고 펼쳐졌다.
콰가가가가강!
그 장막은 소어의 보호막이 되어 노영명의 천둔 술식을 보기 좋게 튕겨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노영명의 동공과 어깨가 당혹감에 물들어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그의 귓가에 한 가닥, 태연한 음성이 스쳤다.
“귀하는 어찌 무(武)를 겨루는 자리에서, 방문좌도의 술수를 쓰시나이까?” 그 음성은 전우치의 스승.
백인화의 것이었다.
“네… 네놈은!” “나는 고려, 우도방의 방주, 백모요.
맹세하건대. 귀하가 삼라만상을 역행하는 사특한 술수로 살인멸구하겠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를 막고 귀하와 함께 죽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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