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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게임

“화
요령에서 북해까지는 먼길.
더구나 가는 길도 험난하여 상당한 고초가 아닐 수 없다.
하나 소어에겐 별일 아니었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체력에 초절한 쾌경보를 바탕으로 소어는,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북해의 땅을 밟은 것이다.
휘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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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매서운 바람이 소어의 뺨을 스쳤다.
‘야! 여기는 다시 와도 신기하단 말이지. 이런 눈밭 더미에 빙산(氷山)이 펼쳐진 곳에 사람이 사는 걸 보면 희한하다니까.’ 정말 그랬다.
하나 이는 소어의 식견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선입견.
실제로 북해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생각보다 많은 인구가 나름의 활로(活路)를 개척해 삶을 영위한다.
그뿐인가?

후덥지근한 늪지대로 뒤덮인 남만에서도, 척박한 신강에서도.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바, 어디서든 잘 살아가는 법이다. 파워볼게임
그를 증명하듯, 이내 눈앞에 자그마한 객잔이 들어왔다.
‘잠깐 정비 좀 해야겠다.’ 팍팍한 여정에 심신이 지친 소어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제대로 씻지 못해 꼬질꼬질했던 것.
모처럼 만나는 친구에게 추레한 꼴을 보여주긴 싫어, 망설임 없이 객잔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어서오십쇼!” 사람 좋아 보이는 점소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객인데, 잠시 밥 좀 먹고 씻으려고요. 목욕탕이 딸린 방 하나랑 식사 좀 준비해주세요.” “아핫! 관광객이신가 보군요. 북해는 볼거리가 참 많지요. 헤헷. 그럼 2층 큰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요. 목욕 끝나시면 1층으로 내려오시죠. 식사도 준비하겠으니.” “네.”

“……저 공자님? 한데 식사는 어떤 걸로다가?” “이 집에서 제일 자신 있는 요리 한 접시랑 국수 한 그릇요.” “네네.”
안내를 받은 소어가 이내 주머니에서 철전 한 꾸러미를 꺼내, 건넸다.
“삼촌. 이거 받아요.” “헉! 감사… 감사합니다, 대협!” “하하하.” 소어는 엔트리파워볼 이렇게 점소이들을 보면 한 푼씩 쥐여주고는 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강호를 주유할 때, 배운 처세술이었다.
잠시 후…….
뽀득뽀득 목욕을 마친 소어가 미리 챙겨온 흑색 무복에 장포까지 걸치니 세상 귀공자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러고는 동경(거울)을 한차례 살피며 매무새를 가다듬고 나직이 읊조렸다.
“캬. 찬이 형이나 남궁 형만은 못해도 이 정도면 준수하지. 그렇고말고.” 물론 정말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음성으로.


식사를 위해 1층으로 내려온 소어는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삼켰다.

북해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중원의 것과 식자재부터 EOS파워볼 향신료까지 차이가 있었지만, 썩은 것 빼고 다 잘 먹는 소어라 맛있게도 흡입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소어는 신형을 내리쬐는 듯한 눈길을 감지했다.
근처에서 식사 중이던 노인 하나가 심유한 눈으로 자신을 살핀 탓이다.
‘저 영감님…….’ 소어는 직감적으로 노인의 비범함을 알아차렸다.
‘보통 사람이 아니야…….’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노인이다.
다만, 하얀 백발과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백의 장포가 눈에 뜨일 뿐.
하지만.
‘굉장히 잘 갈무리 된 현기가 느껴져. 혹, 곤륜이나 무당파의 도사인가?’ 소어는 일반인이라면 절대 인지할 수 없을 노인의 은은하고 헌앙한 기세를 느낀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그 순간.
“허……! 천하에 이토록 훌륭한 관상을 가진 이가 있다니!” 노인의 입에서 영문 모를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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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가 양반인가?’ 소어가 고갤 갸웃하다 노인에게 말했다.
“저… 영감님. 혹시 제 관상을 보고 하신 말씀인가요?” 그러자, 노인이 더욱 놀란 낯으로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내 평생 귀하와 같은 관상은 처음 보았기에 실례했구려.” 흥미가 일었다.
얼핏 보기에도 일신에 굉장한 현기를 지닌 노인이 자신을 치켜세우니 희한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제 관상이 어떤데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본래 관상이란 얼굴만 보는 게 아니오. 한데 귀하는 얼굴뿐 아닌, 음성과 신형의 기도까지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하구려. 귀하와 같은 인물은 오직 당대에 한 사람밖에 나오지 않는 법이오. 모르긴 하나, 귀하는 분명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될 거요.” 두근두근-
조금 우스웠다.
생면부지의 노인이 관상을 핑계로 듣기 민망할 정도의 칭찬 세례를 퍼붓는다면?
누구라도 그를 사기꾼으로 의심부터 할 터.
하나 왠지 소어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노인의 눈을 보는 순간, 마치 거대한 운명의 굴레가 자신을 엄습하는 듯한 기분이 든 까닭이다.

‘구양 형도 처음 날 봤을 때, 그런 말을 했었지. 정말 내가 로투스바카라 그리도 관상이 좋나?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니. 낄낄.’ 하나 이내, 소어는 그저 웃으며 머리를 비웠다.
괜한 생각에 자만할까 싶기도 했고, 세상을 구하겠단 청운 따윈 품은 적도 없었으니까.
‘난 우리 모용세가만 잘 먹고 잘살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영감님?’ 본심도 그러했고.
“하하. 영감님. 과찬이 지나치시네요.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니.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운명은 누구라도 거스를 수 없는 법. 귀하는 머지않아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될 거요.” “…….”
“하나 시대를 막론하고 영웅의 길은 험난한 것이외다. 부디 귀하의 앞날에 가호가 깃들길.” 동시에.
“@#$%^&&*[email protected]#…….” 노인의 입에서 아주 나직한, 그리고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굵은 음성이 주문처럼 흘러나왔다.
소어는 본능적으로 그 주문이 자신을 위한 일종의 ‘축원 기도’란 사실을 직감하고는 자연스레 고갤 숙였다.
‘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나.’ 그 순간.
“어?!”
소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금방 기도문을 읊조리던 노인의 신형이 눈 깜빡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탓이다.
“와! 뭐야? 경신법인가? 아니면 공능인가?” 적잖은 놀라움과 당혹감.
그럴 수밖에 없을 터였다.
작금의 소어는 이미 천리안에 맞먹는 안력(眼力)을 지니지 않았던가.

한데 시야는 물론, 극(極)에 달한 신체의 감각마저 감쪽같이 오픈홀덤 속인 채, 노인은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세상에 기인이사는 장강의 모래알 같다 하더라.
언젠가 할아버지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후……. 진소어. 겸손하게 살자.” 이렇게 또 한 번, 세상사 진리 하나를 깨닫게 되는 소어였다.


“너…… 너……!” “왕소영! 잘 있었냐?” “소어 맞는 거지? 그렇지? 이거 꿈 아니지?” “꿈은 무슨 놈의 꿈이야? 인마, 현실이다, 현실. 하하하.” “야아~~~!” 와락-
왕소영은 반가움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소어를 꼭 껴안고 말았다.
‘헉……!’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당화린은 평소에도 소어에게 ‘안겨 보라!’는 명령을 내리며 강제로 끌어안기 일쑤에, 최근에는 묘선이나 사매조차 스스럼없이 팔짱을 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찬 왕소영의 행동에 소어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이글이글.
금시라도 칼을 들고 달려들 것처럼 흉악한 세이프게임 눈빛을 쏘아대는 왕소영의 호위무사.
일명 1호부터 6호까지.

그들의 적의가 너무나도 노골적인 까닭이었다.
‘어휴! 니들 영애님이라 이거지? 아서라, 자식들아. 안 잡아먹는다, 안 잡아먹어.’ 슬쩍 왕소영을 떼어낸 소어는 그녀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는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우리 친구. 잘 지냈는가?” “잘 지냈지! 진소어 너는?” “나야 뭐. 낄낄. 조만간 백도 십대 고수 진소어! 라는 풍문을 북해에서 듣게 될지도?” 소어의 말에 왕소영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으흐흐. 너? 아예 중원 전체를 확 쓸어버렸구나?” “내가 원래 좀 그렇잖냐?” “아무튼 정말 잘 왔다, 진소어. 밥은 먹었구?” “간단하게 요기해서 밥 생각은 없네. 근데 술은 땡긴다?” “그래그래. 그럼 우리 술 한잔하자.” “좋지!”
“따라와!” 만면에 웃음꽃을 피운 왕소영이 소어를 데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장섰다.
드넓은 북해에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는 쓸쓸한 그녀였다.
부친의 은인이자, 본인의 은인이며 생애 처음 사귄 친구, 소어의 등장이 얼마나 기꺼웠을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낄낄낄.” “호호홋!” “깔깔깔.” “헤헤헷!” “으히힛!” “으흐흐!” “룰루!”
“랄라?!” 소어와 왕소영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어는 소어 대로 그간 자신이 겪었던 무용담(?)을 끝도 없이 풀어내기 시작했고(수다 부분에서도 강호제일) 왕소영 또한, 귀를 쫑긋 세우고 격한 반응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좀 특별한? 아니 독보적이라고 해야 할까? 내 나이에 녹림마황, 번팔 형님의 의제가 되었으니 말해 뭐해? 그냥 최고지! 크크큭.” “미쳤어, 미쳤어! 녹림마황 장번팔은 흑도 십대 고수잖아? 그런 작자의 의제가 되었다고? 백도의 후기지수, 진소어가?” “누가 후기지수래? 이젠 엄연히 일대종사지. 그리고 작자라니! 우리 번팔 형님을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라? 피똥 싸기 싫으면.” “어휴! 그놈의 피똥, 피똥. 너 요즘도 막, 사람들한테 무한 체력이니 육체개조니 그런 소리 퍼뜨리고 다니냐?” “당연한 거 아냐? 인마, 무

공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건데! 너! 수련 많이 했어? 오랜만에 확인해볼까?” “됐거든! 세이프파워볼 나도 이제 꽤 강하다 이 말씀이야. 너한테 점검받는 건, 사양한다.” “자자! 한잔 받으시고!” 꼴꼴꼴꼴꼴.
“너두 받으시고!” 꼴꼴꼴꼴꼴.
넘실거리는 금존청에 소어와 왕소영의 기쁨과 즐거움, 추억이 투영된다.
짠-
그렇게 스스럼없이 술을 들이켤 때였다.

“아아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사위…” “아버지이이이!” 소어의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북해빙궁의 궁주 왕방태가 반색을 표하다 딸내미의 질색에 기겁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겸연쩍은 웃음으로 다시 말했다.
“허허헛! 본좌의 은인. 소영이의 은인! 북해의 은인, 진 소협 아닌가? 그간 왜 기별 한번 없었던 게야?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그러자, 소어가 벌떡 일어서 정중하게 포권하였다.
“궁주님. 그간 별래무양하셨어요?” “그럼. 덕분에 잘 있다마다. 자네는 파워볼사이트 어떻고? 잘 있었는가?” “저도 잘 지냈죠.” “모용가의 가주께서도 잘 지내시고?” “네. 백부님도 무탈하십니다.” 인사치레를 끝으로 왕방태 역시 착석하여 소어와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허허. 그런 일이 있었구먼. 정말 믿을 수가 없군. 약관의 나이에 소림 나한전의 18금강동인을 깨부수고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신승이라. 참으로 신화 같은 일이 아닌가?” “그렇죠. 그만큼 광원 스님의 무공은 대단했어요.” “껄껄! 그런 승려를 박살 낸 자네는 어떠하고?” “저야 뭐… 제 입으로 말해야 되나요? 하하핫.” 수다쟁이 아니랄까 봐, 소어는 왕방태에게도 자신의 일화를 소상히 털어놓았다.
하나 칭찬도 한두 번이다.
왕소영은 같은 말을 또 듣게 되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으이구. 진소어. 말 많은 건 여전하네.” 다행히 왕방태가 적절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자네가 그만한 일들을 치러냈으니, 앞으로 모용가의 위신이 또 한 번 상승하겠군. 어쩌면 무림 역사상 최초로 일개 무가(武家)가 구파일방을 앞설지도 모르겠어. 껄껄!” 그때였다.
‘됐고! 말하기 편해지겠네.’ 소어는 슬슬 본론을 끄집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에요, 궁주님. 본가는 구파일방은커녕, 같은 오대세가나 팔대세가보다 훨씬 처지는걸요.” “어인 말인가? 자네가 있는데 그럴 리가 없지.” “어디 가문의 위상이 한 사람의 활약으로만 평가되겠나요. 가문의 식솔, 규모, 재력, 역사까지. 사실 본가는 크게 내세울 게 없는 실정이죠.” “음…….” “그래서 이번 계기에 본가도 엄청난 개혁을 단행하기로 했어요.” “허! 어떻게 말인가?” “바로 북해빙궁과의 동맹을 통해서 말입니다.” “본궁과의 동맹이라……?” “궁주님.” “응?”
“저랑 같이 중원 한번 싹쓸이 하시죠?” 소어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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