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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모용천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일말의 감격이 잔잔한 파도가 되어 가슴을 적시다, 이내 알알이 부서졌다.
‘내가 소어를 만난 것은…….’ 소어에게 고정된 그의 시선에 짙은 감정의 빛이 번들거렸다.
‘운명이다!’ 꽉…!
모용천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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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초무적공!
무림을 통틀어 오직 파워볼사이트 그만이 익히고 있는 무공이었다.
강호에 십초무적공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용천이 서른 살이 되던 해다.
그는 본래 무림에서 촉망받는다는 십대후기지수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그의 가문인 모용세가 파워볼사이트 역시 당시만 해도 오대세가 중 가장 쇠퇴한 세가라 평가받았다.
또한, 십초무적공은 처음에 저급한 싸움기술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평을 받기도 했다.
정파의 무공은 대부분 도가나 불가에서 전승된 것으로, 고결한 가치와 신묘한 무리,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지만 십초무적공은 단순하고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나 그 과격하고 저급한 박투술의 등장은 무림의 판도를 뒤집기에 충분했다.
그 어떤 병장기도 사용하지 않는 적수공권(赤手空拳)의 싸움기술은 출도 이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 전설이 된 것이다.
그렇게 모용천은 투신(鬪神)의 별호를 갖게 되었다.

그는 일생 동안 삼백사십다섯 번의 비무를 했고, 모두 승리했다.
하나 모용천은 이 십초무적공을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다.
그것은 십초무적공을 익힐만한 재목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어야….” “할아버지! 저 좀 보세요. 가르쳐주신 육합권의 지르기를 펼치면서 사위팔방을 자연스럽게 밟을 수 있게 됐어요!” “대단하구나.” “헤헤.”
“밤새 수련한 게냐?” “어? 그러네요? 벌써 아침이네….” “날이 새는 줄도 몰랐던 것이냐?” “네…” “무슨 생각으로 밤새 육합권을 수련했느냐?” “음… 그냥 재밌어서?” “그거면 되었다.” “네?”
“우선 한숨 자거라.” ***
소어는 무려 하루를 꼬박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났다.
“끙…” 일순, 엄청난 근육통이 밀려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몽둥이로 찜질이라도 한 것처럼 팔, 다리, 목, 어깨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잠을 하도 많이 자서 그런지 머리도 무거웠고, 하루를 꼬박 굶은 탓에 극도의 허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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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코끝을 간질이는 식향(食香)이 로투스바카라 소어를 군침 돌게 했다.
“일어난 게냐?” 모용천이 먹음직스러운 조반상을 들고 소어의 방으로 들어왔다.
“우와… 맛있는 냄새 나요!” “노루 고기를 굽고, 탕국을 끓였다. 몸을 회복하는 데는 잘 먹는 게 최고니 어서 들거라.” “잘 먹겠습니다!” 소어가 허겁지겁 수저를 들고 음식을 집어삼켰다.
중간중간 근육통 때문인지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모용천의 요리실력은 나날이 발전하여 소어의 식도락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야! 할아버지, 이거 완전 대박인데요?” “많이 먹으려무나. 밥을 먹고 할 일이 있으니.” “오! 무공 수련이죠? 그쵸?” “아니다.” “수련하고 싶은데…” “걱정 말거라. 앞으로 수련은 질리도록 할 수 있을 테니. 우선,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넵!”
소어는 어쨌든 간에 좋았다.
무공 수련이든, 다른 일이든,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어느새 소어의 가슴 한켠에 똬리를 튼 슬픔의 그늘도 그렇게 서서히 흐려져 갔다.


“으아아…!” “아프지?” “할아버지, 너무너무 아파요. 소어 죽어요!” “참아야 한다. 너는 어제 무리를 했다. 근육과 조직에 염좌가 일었고, 산소의 결핍으로 인해 내기가 상당히 흐트러졌다. 안마를 통해 근육을 풀고 기혈을 다져야 할 것이다.” 모용천은 조식을 끝내고 곧장 소어를 안마하기 시작했다.
사실 소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수련이란 정해진 진도에 따라 행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기 마련이다.
한데 소어는 어제 처음으로 수련을 오픈홀덤 시작했다.
그 첫 수련부터 하루를 꼬박 지새웠으니, 보통의 아이라면 혼절을 하고 일주일은 앓아누웠을 터다.
다행히도 간밤에 소어가 잠든 사이 모용천은 소어의 몸에 내력을 주입시키고, 혈도를 어루만져 혈행을 다스렸다.
그 덕에 소어는 하루를 휴식하고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되었다. 이제 약수(藥水)에 몸을 담그도록 하자, 소어야.” 반 시진 정도의 안마를 끝낸 모용천이 이번에는 장원 밖으로 소어를 데리고 나갔다.
장원 한켠에는 장정 서너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큼지막한 솥단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영롱한 푸른 빛을 품은 모종의 액체가 반쯤 차 있었다.
“이게 뭐예요?” “이 약수는 염증을 낫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며, 원기와 뼈를 회복시키는 약수란다. 서른세 가지의 생약과 철현목(鐵現木)의 진액, 호랑이의 뼈를 넣고 제조한 것이다.” “헉… 호랑이의 뼈요?” “그래.”
모용천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어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약수가 담긴 솥단지에 소어를 집어넣었다.
풍덩!
아직 키가 작은 소어였기에 큰 솥단지에 반 이상 들어찬 물에 몸을 담그자 목까지 잠기게 되었다.
“하핫!”

소어가 약수 안에서 파워볼게임사이트 이리저리 몸을 휘저었다.
그때였다.
“어… 어?” 소어는 부유감을 느꼈다.
“할아버지…?” 모용천이 솥을 통째로 들어 올린 게 아닌가?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 둔 장작더미 위에 솥을 내려놓았다.
-치직!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용천의 손바닥에서 푸른 광휘가 터져 나와 명멸하더니, 어느 순간 츠츠츠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파워볼실시간 손바닥에 불길이 붙었다.
내공이 삼갑자에 달하고 조화지경(造化之境)의 경지를 이룩해야만 펼칠 수 있다고 알려진 삼매진화(三昧眞火)의 수법이었다.


“헉… 할아버지, 손에 불이… 불이 붙었어요!” 소어는 숨이 컥, 막힐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만했다.
천하에 산재해 있는 고수 중에서도 이처럼 삼매진화의 수법을 즉흥적으로 펼칠 수 있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무공을 잘 아는 이들이 봐도 대경실색할 만한 광경이었으니, 무공에 대해 잘 모르는 소어가 보기엔 할아버지가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각인 되었을 터였다.
하나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모용천은 소어의 경호성에 슬쩍 조소를 머금고는 불씨를 솥 아래 깔린 장작더미에 붙여버렸다.
츠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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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에 산매진화의 불길이 옮겨붙었다.
물론 소어는 솥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 솥 밑동에 장작이 깔린 것도, 그 장작에 모용천이 불을 붙인 것도 알 수 없었지만 이내 수온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안색이 급변하여 다급하게 소리쳤다.
“할아버지! 이상해요! 갑자기 물이 뜨거워져요!” 그러자 모용천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소어야. 그 약수에 첨가된 철현목의 진액은 진귀한 것으로, 끓는 물 속에서도 네 전신을 보호해 줄 것이다.” “에이! 그게 말이 돼요?” “말이 된다.” “할아버지….” 소어의 음성에 주눅이 깃들었다.
할아버지를 무한히 신뢰하긴 하지만, 물이 점점 끓고 있단 생각을 하자 두려움을 느낀 탓이다.
“소어야. 나를 믿느냐?” “네, 할아버지를 믿어요.” “그럼 참거라. 물론, 물이 끓으면 고통스러울 게다. 하나 그 고통을 참아야 한다.” “왜요?”
“소어야.” 모용천의 표정과 음성이 사뭇 진중하게 변했다.
“너는 무공을 익히고 싶지?” “네!”
“할아비는 젊은 시절 한 가지의 무공을 만들었다. 그리고 실시간파워볼 파워볼사이트 지금껏 그 무공을 갈고 닦았지. 하나 애석하게도 내 평생을 바친 이 무공을 누구에게도 가르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느냐?” “아니요.” “바로 이 무공을 익힐 만한 인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나는 어제 확신했다. 소어 너는 이 무공을 익힐 수가 있다.” 모용천의 말에 소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정말요? 그럼 제가 무공의 천재라도 되는 건가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란다.” “힝? 그럼 저는 둔재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한데 어찌 제가 할아버지의 무공을 익힐 수 있나요?” 순간, 모용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나 그 가늘게 뜬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안광만큼은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이글거렸다.
“무골(武骨). 소위 말해 무공을 익히기에 탁월한 신체를 가진 이들. 이런 무골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또한, 무재(武材). 범인은 상상도 못 할 감각과 재능을 타고난 무재들 역시 아주 드물지만, 간혹 인세에 나타나곤 한다. 무림의 뛰어난 후기지수들은 대개 무재들이기 마련이지.” “…….”
소어는 할아버지의 아리송한 말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했거니와, 약수의 수온이 조금씩 상승하며 몸이 달아올라 뜨거움을 느낀 탓이다.
하나 모용천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나, 수련으로부터의 고통을 즐길 수 있는 자. 그 처절한 통증과 피로함, 육신의 고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자는 결코 흔하지 않다.” “할아버지…” “단언컨대, 노부는 어제 처음으로 그러한 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설마…” “그게 바로 너란다.” 소어의 표정이 엄중하게 변했다.
뒤통수를 울리는 경종의 여파가 머릿속에 맴돌며, 모종의 짜릿함이 전신을 엄습했다.
형언하기 힘든 감정.
그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마음속에서 실시간파워볼 폭발했다.
심연 깊숙이 침잠해 있던 소어의 영혼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크게 흔들거렸다.
그때, 소어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태롭던 등불은 횃불이 되었다.
“할아버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하구나.” “…….”
“너를 제2의 투신으로 만들어주겠다.” ***
3년 후.
쾅!
콰콰, 쾅!


“자네가 어찌…” 모용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원의 침입자는 그도 잘 알고 있는 노인이었다.
“클클, 본교의 정보력은 개방을 제외하면 단연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지.” “설마 내 뒤를 캔 게야?” “거, 얼마나 대단한 양반이라고 뒤를 캔단 말인가? 그냥 어쩌다 보니 눈에 밟힌 게지.” “쯧쯧, 말이나 못하면…” “너무 타박하지 말라고, 싸움귀야. 내 조손도 함께 왔으니 적어도 곧장 축객령을 내리진 않겠지? 크흐흐.” 모용천의 시선이 이번에는 노인의 옆에 서 있는 소년에게로 옮겨졌다.
이제 갓 열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관옥같이 준수한 얼굴은 소어 못지않았고, 헌앙한 눈빛과 기도(氣道)는 일견하기에도 가히 천재의 면면을 갖춘 듯했다.
“대단한 무재구나…!” 모용천이 감탄을 터뜨리던 찰나, 노인의 말이 이어졌다.
“찬아, 인사 올리거라. 이 늙은이가 당대의 싸움귀라 불리는 모용 늙은이다.” “강호의 말단 후학, 위지찬이 투신 선배님께 인사 올립니다!” 소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모용천은 결기가 느껴지는 소년의 당당함에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었다.
“허허, 가히 마두… 아니, 위지 늙은이의 손자라 할 만하구나. 잘 왔다.” 모용천은 노인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소년을 대했다.
그러고는,
“소어야.”

정체불명의 노인과 소년을 멀뚱히 바라보던 소어를 불렀다.
“네, 할아버지.” “너도 인사 올려야지?” “네, 근데 저분께선 누구세요?” “위지운이란 영감이란다. 무섭게 생겼지?” “앗… 할아버지.” 모용천이 소어에게 짐짓 눈짓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어도 그런 생각을 하던 터였다.
그 이유는 위지운이라 불린 노인의 기골이 너무나도 장대했던 탓이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어깨는 건장한 사내 둘을 가로로 붙여 놓은 듯 넓었으며, 두 손은 주먹을 쥐면 솥뚜껑처럼 커다랗게 변할 것같이 큼지막했다.
소어는 살면서 이런 큰 신체를 가진 사람을 처음 보았다.
더구나 노인이 입고 있는 묵색 장포와 그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의 기세가 태산 같았기에 아직 열두 살, 어린 소어로서는 노인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소어라고 해요.” 소어도 용기를 내어 위지운이란 노인에게 포권을 했다.
누군가에게 포권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노인의 옆에 서 있는 찬이란 소년도 할아버지에게 포권을 했으니 자신도 그리 해야 될 것 같았다.
“클클, 귀여운 아이로군.” 위지운이 저벅저벅 발길을 내디뎌 소어에게로 다가갔다.
‘헉…’
소어는 일순, 거대한 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착각을 했다.
“노부는 위지운이다. 만나서 반갑구나. 이것도 기념이니 네게 선물을 하나 주마.” 위지운이 품속에서 작은 목각 상자 하나를 끄집어내어 소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근데 위지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 “소환단(小還丹).” 소어는 소환단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지만, 모용천은 아연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위지운을 바라보았다.
단언컨대, 생면부지의 소년에게 소환단을 선물할 미친 인간은 천하에 위지운, 단 한 사람밖에 없을 거라 확신하면서.


“소어야. 찬이 형에게 장원 주변을 구경시켜주고 오너라.” “네, 할아버지!” 소어가 반색했다.
그러잖아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잘생긴 찬이란 소년에게 호감을 느낀 터였다.
“찬이 형. 우리 산보 가자!” 소어가 밝은 얼굴로 위지찬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위지찬은 당혹스러운 낯빛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런 손자에게 위지운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뭘 그리 긴장하는 게냐? 다녀오너라.” “네, 할아버지.” 위지찬이 묵례를 하자, 소어가 다가왔다.
“장원 주변은 구궁음양진이 설계되어 있으니까 날 잘 따라와야 해. 알겠지, 찬이 형?” “어… 어, 그래.” 소어는 신이 난 얼굴로 앞장서 장원을 나섰고, 위지찬도 쭈뼛거리며 뒤를 따랐다.


“오랜만이군.” “한 10년쯤 된 것 같은데.” “그쯤 되었지.” 소어와 위지찬이 장원을 나서고서야 모용천과 위지운은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내 하나 묻겠네.” “뭔가?”
“위지운, 자네 혹시 미쳤나?” “왜?”
“소어가 누군지 알고 소환단을 건네주나?” 모용천은 아직도 그 점이 의문스러웠다.
소환단은 소림의 보물로서, 값을 측정하기 힘든 귀한 영약이다.
피붙이라도 내주기 힘든 영약을 대뜸 소어에게 선물한 위지운의 저의가 꺼림칙했다.
“클클. 본교는 당대에 이르러 가히 천금을 희롱하는 부를 축적했네.” “그래서?”
“소림의 땡중 놈들이 뒷구멍으로 팔아 치운 소환단 몇 알쯤 사는 건 일도 아니다 이 말일세. 내 손주 녀석의 생일 선물을 사는 김에 하나 더 샀을 뿐이야.”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환단은 쉽게 내줄 수 있는 게 아니지.” “흐흐, 설마하니 자네가 입을 쓱 닦을 리 없지 않은가?” 그제야 모용천은 위지운의 흑심을 간파했다.
“그러면 그렇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오는구먼. 하나 미안하지만 나는 자네 손주에게 줄 영약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럴 테지. 모용세가가 돈이 많은 가문도 아니고.” “그럼 내게 원하는 게 뭔가?” “싸움귀의 분근착골(分筋錯骨)은 가히 천하제일이지.” “마두 늙은이, 그건 고문이야.” “찬이가 감당할 문제야.” 위지운의 말에 모용천은 실소를 터뜨렸다.
분근착골(分筋錯骨)!
그것은 뼈와 인대, 근육 등의 신체 조직을 어루만지는 수법으로 본래는 고문술의 일종이었다.
하나 모용천은 당대에서 가장 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고수답게 특별한 분근착골을 창안해 냈고, 그에게 분근착골과 안마를 받게 되면 극악의 수련에서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육체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었다.
“허허, 오대세가의 인물인 내가 마교의 소동에게 분근착골과 안마를 해주게 생겼으니, 이를 어찌할꼬.” “싸움귀야, 너무 비싸게 굴지 말라고. 크흐흐!” 위지운이 대소하자, 모용천도 피식 웃으며 산약초로 담근 담금주를 한잔 따라주었다.
“그나저나, 마두께서 어쩐 일인가? 아니, 내 거처를 어찌 알아냈는지부터 물어야겠군.” “사천 덕양현에 투신이 살고 있다는 소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 더구나 아미파에 계집아이 하나를 맡겼다지? 콧대 높기로 유명한 투신이 홍련 할망구에게 굽실거렸을 걸 생각하니 우습군.” “마교의 정보력이 대단허이.” “개방 거지새끼들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지.” 이번에는 위지운이 모용천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두 사람이 잔을 들었다.
“앞으로 6년이 남았군.” 위지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말에 장내에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이 서늘하게 감돌았다.
“마두 늙은이. 오늘 자네를 보아하니 한 단계 더 진일보한 게 틀림없네. 생사의 현문을 뚫은 겐가?” “이미 생사 현문을 뚫은 지는 꽤 되었지.” “내 예상이 맞군. 자네는 누가 뭐래도 당대, 아니 역대 최고의 무신이라 불릴 만하네.” 모용천은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위지운은 아득히 높은 경지에 도달한 무신(武神) 그 자체였다.
“무신이라…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말이야.” “아직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가? 여전히 순수한 사람이구먼.” “클클, 하나 무신이면 뭐 하나? 천하제일임을 자부할 수 없는데.” “…….”
“썩어빠질 싸움 귀신이 살아 있는 한, 나는 천하제일이 될 수 없네.” “그리도 천하제일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뭔가?” “꿈이었으니까.” “6년 후, 자네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걸세.” “겸손하군. 나는 자네를 잘 알아. 또한 자네의 무공마저도.” “…….”
“내 친구 모용천은 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지.”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는 겐가?”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야.” 위지운의 말에 모용천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자 위지운이 다시 말문을 뗐다.

“소어라는 아이에게 모용가의 무공을 가르치고 있는 겐가?” “원래는 그러려고 했네. 하나 소어는 둔재에 속하는지라, 복잡한 무의가 깃든 본가의 무공은 어울리지 않네.” “그렇군.”
“대신.”
모용천이 서로의 술잔에 술을 다시금 채우며 입을 열었다.
“십초무적공을 가르치고 있네.” “……둔재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 역시 소싯적엔 둔재였지.” “…….”
“하나 단언컨대, 소어처럼 무공을 즐기는 파워볼사이트 아이는 천하를 뒤져도 별로 없을 걸세.” “실로 재밌는 아이군.” “나는 소어를 제2의 투신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네.” 두 사람이 다시금 잔을 들었다.
그렇게 강호무림의 양신(兩神)으로 군림하는 투신 모용천과 마신 천마 위지운은 침묵의 술잔을 기울였다.


“찬이 형, 안 힘들어?” 장원 주변을 거닐다, 대악산 정상으로 향하던 아이들.
소어가 여전히 어색한 기색으로 뒤따르는 위지찬을 향해 물었다.
“어? 어… 안 힘들어. 난 무공을 익혔거든.” “어쩐지, 체력이 대단하다 했어. 삼륜봉 주변은 산새가 험해서 산꾼들도 찾지 않는 곳인데 힘든 기색 하나 없는 걸 보면.” “너도 무공을 익혔니?” “응, 근데 난 둔재야.” “뭐?”
“할아버지가 그러던데 난 둔재래. 그래서 원래는 모용세가의 무공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대신 십초무적공을 가르치는 거랬어.” 그 말에 위지찬이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위지찬의 모습에 소어는 고갤 갸우뚱했다.
하나 무림인이라면 누구라도 소어의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둔재라서 모용세가의 무공 대신, 투신의 성명절학인 십초무적공을 배운다?
누가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하하, 넌 참 재밌는 아이구나.” “형도 재밌는데?” “뭐? 내가 왜 재밌어?” “그냥? 하하.” 소어는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 소담골로 장을 보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인적 하나 없는 삼륜봉의 장원에서 무공만 익히던 소어였다.
비슷한 또래의 잘생긴 형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도 기쁘기 그지없던 것이다.
그때.

헤벌쭉 웃던 소어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낯빛이 일변했다.
“보통 놈이 아닌데…”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어를 보고 위지찬이 물었다.
“무슨…?” “호랑이야. 그것도 보통 호랑이가 아니야.” “뭐?”
“이건…” 소어가 말끝을 흐리는 순간.
대악산 전체가 들썩일 만큼 쩌렁쩌렁한 산짐승의 포효가 귓가를 때렸다.
-크와와왕!


“산군의 소리야!” 소어와 위지찬이 소리가 들리는 방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크아아아앙!
집채만 한 몸집에 잡털 하나 섞이지 않은 순백색의 백호(白虎)가 흉포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 위지찬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백호의 출현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만, 자신도 느끼지 못한 금수의 기척을 소어가 먼저 알아차렸음에 감탄했다.
‘감각이 대단해…’ 하나 소어는 그런 위지찬의 의중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는지 잔뜩 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 저놈은 엄청 위험한 놈이거든? 그러니까 한구석에 얌전히 있어야 돼? 내가 해치울 테니까!” 소어의 음성이 한껏 진중했다.
위지찬은 다시 한번 그런 소어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귀여운 녀석.’ 위지찬은 이 명랑한 꼬마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어떤 사람인지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르릉…!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쩌억!
어슴푸레한 여명의 눈동자가 떠오를 무렵.
모용천의 장원엔 여느 때처럼 활기찬 도끼질이 펼쳐졌다.
큼지막한 도끼로 나무를 잘게 찍어가는 인물은 어느새 키가 한 뼘이나 자라난 소어였다.
“이제 제법 도끼질을 잘하는구나.” 모용천이 장원 밖으로 나와 흡족한 눈으로 소어를 바라보았다.


소어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씩 웃었다.
“하하, 이제 도끼질은 제가 천하제일일 걸요?” “껄껄! 원, 녀석도 참. 아직 이 할아비의 도끼질을 따라오려면 백 년은 이르다.” “에이! 그럼 내기할까요, 할아버지?” “좋다. 무엇을 걸겠느냐?” “제가 지면 수련을 두 배로 늘릴게요.” “할아비를 놀리는 게냐? 너는 지금도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련에 쏟고 있는데, 거기서 두 배로 늘리면 아예 식음을 전폐하겠다는 게 아니냐?” “앗!”
“너는 정말 무서운 아이다. 물론 그 집념은 너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되지만,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 “네, 할아버지.” 모용천과 소어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휘이잉!

어느새 늦가을의 찬바람이 모용천의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 “침입자구나.” 파워볼게임사이트 모용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침입자요?” “그래. 방금 서풍이 불지 않았겠느냐?” “그게 왜요?” “우리 장원은 일 년 내내 동풍이 분다. 그것은 내가 쳐 놓은 구궁음양진의 진법 때문이지. 한데 서풍이 불었다는 건, 누군가가 진법을 파(破)했다는 거다.” “아하!”
소어가 경탄성을 터뜨렸다.
그 순간.
모용천의 말대로 거짓말처럼 장원의 입구로 두 인영(人影)이 들어서고 있었다.
“클클, 싸움귀야! 이런 곳에 숨어서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던 게냐? 교활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필시 내 모가지 딸 궁리를 하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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