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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시간이 다 되자 유수는 간단하게 지인들에게 인사를 한 후 보충대 안으로 들어갔다.
보충대 안으로 들어서자 교관의 친절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요즘 군대가 많이 편해졌다고 하는데,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슬퍼하신다면 지금 들어가고 있는 장병들이 맘 편히 군 생활을 시작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보내주십시오. 좀 더 건강하고 사내다운 모습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기저기서 흑흑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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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나가시는 길이 복잡하니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시면서 질서정연하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씩씩하고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교관은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렇게 등 떠밀려 퇴장하는 무리 가운데는 송철호와 서연도 있었다.
운동장에 쭈뼛쭈뼛 모여 있는 훈련병들 사이에서 어떻게 유수를 찾아냈는지 시선을 고정한 채로 느릿느릿 발걸음만 옮기고 있었다.
송철호는 유수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뭔가 마음이 헛헛해져 왔다.
서연은 조용히 차오르는 눈물만 애써 참고 있었다. 세이프게임 있는 스케줄마저도 조정해서 겨우겨우 이 자리에 왔는데 헤어짐은 왜 이리도 빠르게 오는지 마음이 아려왔다.


“쟤는 이런 데서도 외모 낭비를 하네. 하여간 어쩔 수가 없는 녀석이야.” 송철호의 투덜대는 목소리에 서연이 잠시 슬픔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입소자들과 같이 액세서리 하나 걸치지 않은 빡빡이 머리일 뿐인데, 여전히 외모를 빛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군계일학. 어딜 가나 유수다움을 잃지 않는 탓에 주변 사람들이 항상 느낄 수밖에 없 세이프파워볼 는 그 이질감이 오늘은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서연아, 가자. 유수 잘할 거야. 걱정하지 말고.” “네, 선배. 당연히 유수 오빠 잘 지내겠죠. 에이, 선배가 가야지, 왜 유수 오빠가 먼저 가게 되었을까요…….” 공허한 마음에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왔다.
송철호는 서연을 토닥여주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태클이 마음에 꽂히자 정색했다. “야야. 나는 가도 되고, 유수는 가면 안 되냐?” 그래봤자 소 귀에 경 읽기였다.


괜스레 심통이 나서 서연에게 한마디 쏘아붙였지만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파워볼사이트
인파들 사이에서 정체가 탄로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나가고 있는데 말없이 울고 있었는지 어깨가 일정한 박자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에휴,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서연과 송철호 외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옮겨가고 있었고, 각자의 사정으로 애잔함과 쓸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떠나가고 있었다.
교관들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퇴장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그들의 배웅 길의 마지막 매듭을 묶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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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방송에서는 그들의 안전한 귀가를 기원하고, 자식 혹은 친구의 성장을 약속하며 훗날 다시 품에 돌려보낼 것을 약속하는 멘트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마지막 사람까지 퇴장하는 것을 확인하고 난 교관들은 이제 훈련소의 정문을 닫고 폐쇄했다. 이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 문으로 오가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철컹. 파워볼게임사이트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입소자들의 마음도 차갑게 내려앉았다.


운동장에 사회와 단절되어 덩그러니 남겨진 한 무리들이 짐작할 수 없는 앞날 때문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야, 이 새끼들아! 빨리빨리 안 뛰어. 아직도 사회 같지?” 가족들의 온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돌변한 교관들과 조교들은 앞뒤 없이 욕을 쏘아붙이며, 입소자들을 갈구기 시작했다.
“뭐 이리 느려 터졌어! 빨리 안 움직여!” “아직까지 잡소리가 나오지? 놀러 왔어?”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여러 신박한 욕을 한 바가지 들으며 허둥지둥 교관들의 지시대로 따르기 시작했지만, 이곳은 참 마법과도 같은 곳인지라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듯하나, 개그 프로그램의 몸개그 못지않은 액션들을 보여주는데 유수는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절로 혀를 차게 되었다. ‘저게 다 정신 차리라고 그러는 꼬장이지. 쯧쯧. 오바 제대로네.’ 잔뜩 겁을 먹은 파워볼실시간 입소자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교관들은 사나운 말투와 위협적인 행동들을 했다.


하지만 교관들과 같은 경우 그래봐야 20대 초반이었고,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고작 20대 중반이니 요괴와 같은(?) 경험을 갖고 있고, 심지어는 군대 경험까지 있는 유수가 겁내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교관들이 쇼하고 있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그래도 난 참 이 느낌이 싫다. 윽.’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군대 경험이 있는 유수라지만 군대라는 장소 자체가 가만히만 있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라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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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지금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시면 됩니다. 앞으로 3일간 신체 검사를 비롯한 기초적인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보충대란 곳은 훈련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각각의 사단 훈련소로 가기 전에 상태를 파악하여, 문제가 있는 경우 퇴소를 시킨다.
교관이 보충대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율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지 기본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문제없는 다른 훈련병들은 조교의 지시에 따라 각각의 내무반에서 실시간파워볼 대기하고 있었다.
“30분간 대기하도록! 괜한 소란을 피우는 훈련병은 본 교관과 개인 면담이 있을 예정이다.” 무슨 일을 하든 협박이 가미된 말이었기에 처음 겪는 훈련병들은 바짝 얼어 있었다.


‘애쓴다, 애써.’ 그런 이들과 달리 유수는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겁먹고 있던 사람들은 조교가 나타나지 않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쟤 한유수 아니야? 이번에 수능 만점 받았잖아.” “그러니까. 같이 입대할 줄은 몰랐는데. 대박.” “대학 안 가고 진짜로 군대라니.” 처음 보는 사이지만 또래끼리 모이니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쫑알쫑알 말도 많았다.
‘사람 앞에 두고 말도 잘하는구만.’ 유수는 연예인으로서 보여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 정도만 지키며 조용히 지냈다.


3일간의 보충대 생활에 적응이 될 때쯤 보충병들은 인원이 나뉘어 각각 훈련을 받게 될 사단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102보충대의 경우 전방에 위치한 부대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수가 가게 된 그룹은 양구에 있는 21사단. 백두산 부대였다.
차를 타고,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니 사방이 산으로 이루어진 자연환경이 아주 좋은 그런 부대가 나타났다.
‘102보충대로 오길 잘했네.’ 지리산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자연의 기가 충만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만약 306보충대나 논산 훈련소로 갔다면 후방으로 빠져 여기만 한 자연환경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벌써 유수의 세포들부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탁해진 기운을 정화시키기에 딱이야.’ 나름 애를 썼지만, 공기가 탁하기로 유명한 서울에서 정순한 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런 환경에 콧노래가 흥얼흥얼 나올 정도로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차마 대놓고 휴가지에 온 듯 행동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무표정으로 두근대는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훈련소에 도착하니 검정색 모자를 쓴 교관과 빨간색 모자를 쓴 조교들이 훈련병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 신병대대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앞으로 5주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눈이 보이지 않게 군모를 쓴 교관의 목소리가 훈련병의 귀엔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그 직후.
사회와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사단이라 그런지 보충대에서도 듣기 힘들었던 과한 욕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연습이라도 했는지 찰진 욕 소리가 귀에 제대로 붙어 들어갔다.
훈련병들은 이리도 따뜻한 환영에 강제로 심장이 짓눌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군대 괜히 왔어.’ ‘여기서 20개월을 어떻게 버티지?’ ‘주여!’
반면 유수는 앞으로 지내게 될 이 부대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유수는 은근슬쩍 사람들이 모르게 내력을 운용했다.
조금씩이지만 찌들었던 탁기가 빠지면서 정순한 기운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교관들과 조교들의 좋은 말씀이 길어질수록 유수의 상태도 점점 나아져 가고 있었다.

‘여기 너무 좋은데. 푸흡.’ 시간이 지날수록 유수의 점점 맑아지는 피부 빛과 더욱 또렷해져 가는 눈빛이 조교들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가 싶어 군기를 잡아보려고 거친 언사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유수는 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큼큼.” 이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부담스럽고 노골적인 눈빛에 앞에서 군기를 잡던 조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주눅이 들기는커녕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렬한 에너지를 뿜는데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아직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이 집중 한 번 한 것 가지고 벌써 조교들의 기를 바짝 죽인 유수였다.

유수는 조교들의 그런 불편한 마음 따위는 몰랐다.
그들의 마음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두 번째 환골탈태를 위해 군대에서의 시간을 아주 알뜰살뜰하게 써볼 작정이었다.


‘수컷들만 있는 이 스멜. 좋아. 아주 좋아.’ 유수가 더러운 냄새를 좋아하는 변태는 아니었지만, 하후패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의 상황은 아련한 추억 같았다.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은 언제나 주변에 남자들만 그득그득했었다.
함께 손발을 맞추는 동료들도 대다수가 남자였고, 그건 적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자의 땀 냄새 가득한 이곳으로 오니 말초 신경부터 제대로 자극이 되어 무인의 DNA가 깨어나고 있었다.
실력을 감출 필요도 가면을 쓸 필요도 없는 또 다른 세상에서 게임을 하듯 제대로 즐겨볼 참이었다.
유수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3개로 나눠진 소대 중 2소대였다.

앞으로 5주간 총 50명이 함께 이 좁아터진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방을 써야 한다는 게 꽤나 어색한 일이었다.
개인적인 공간이 전혀 없었으니, 사생활이라는 것도 나만의 것이라는 것도 찾아보기 힘든 환경이었다.
그렇게 모든 훈련병들이 첫 주 동안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데 급급한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특별한 훈련도 없이 그저 군대 문화의 특성과 의의를 배우고 끊임없는 사상 교육을 받다 보니 조금은 생각들이 많아지는 것도 같았다.
유수는 처음부터 본인의 수련 외 군생활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보다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럴수록 서울의 생활 동안 정체된 상황이 개선되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히 생활하면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자고.’ 만족할 수밖에 없는 수련 성과에 혼자 배시시 웃고 있는데 옆자리 훈련병이 갑자기 알은 채를 했다.
“유수야.”
전우조라 불리는 옆자리 훈련병.
“어? 왜?”
자신만의 귀한 시간을 방해받은 것 같아 조금은 언짢았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도 않고 바로 화사하게 웃으며 세상 천사 같은 얼굴로 대답하는 유수였다.
간만에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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