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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 왕이 될 상 】 서연의 질문을 받은 송철호는 태연히 대답했다.
“늦긴 했어도 어차피 너희 방학했잖아. 하루 정도는 좀 늦게 자도 되지 뭐.” “그러니까 늦게 자도 되는데, 왜 부르셨냐고요. 선.배.님.”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의 눈빛에 기가 죽은 송철호는 서연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서연아 적당히 해. 형이 말을 못하잖아. 흐흐.” “그럴까? 헤헤.” 자신을 대할 때와 너무 서연의 온도 차에 기가 막힐 뿐,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뭐가 됐든 그건 본인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송철호가 이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려 했다.
“아무튼 본론을 얘기해 볼게. 우리가 만난 지가 그럭저럭 6개월 가까이 됐나?” “그 정도 된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 선배 만났을 때 정말 별로였는데.” 서연이 토를 달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자동 반사라고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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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그 얘긴 또 뭐 하러 해?” “형. 그냥 하던 얘기 마저 하시죠.” 잠깐 다른 길로 샐 뻔했던 송철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지금까지 드라마를 몇 번 했 파워볼사이트 었는데 이렇게 친하게 지냈던 사람은 없는 것 같아.” “그거야 선배 성격이 별로 안 좋으니까 그렇죠. 전 친한 선배님들 제법 많은데, 여기 유수 오빠도 그렇고. 연락하는 사람이 아주 많진 않지만…….” 송철호의 진지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까 내리는 서연이었다.
“아씨. 그렇다고 치고. 아무튼 그러니까 난 우리가 이대로 멀어지면 좀 아쉽다는 말이지.” “그건 형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제가 아직 작품을 많이 안 찍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을 그냥 보내긴 아쉽긴 하겠어요.” “맞아. 오빠랑도 그 전에 연락을 많이 했던 건 아니잖아.” 서연이 유수를 보며 말을 했다.
「카사노바의 사랑」을 찍고 유수와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모임 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 “모임이요?”
“응.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묶여 있지 않으면 자주 만나지 못할 거 아니야. 아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소식은 주고받을 만큼은 친해지지 않았어?” 송철호가 이번에는 한 수 접어줄 수 없는지 의지를 담아 눈의 흰자를 부라리며 말하자 둘은 움찔하며 한걸음 물러났다.
“선배, 일단 물러나서 얘기해 주실래요? 나이도 제일 많으신 분이 그러니까 부담스럽네요.” “그, 그래.” 서연의 반응이 민망했는지 송철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튼 저는 찬성이에요. 저도 데뷔한 지는 꽤 되었지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연락하면서 지내는 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정말이지? 고마워, 서연아. 흐흐. 유수 넌 어때?” 유수는 잠시 고민에 잠긴 표정을 했다.
‘모임이라. 일단 철호 형은 이번에 연기도 늘고, 미래를 봐도 전도유망하파워볼게임 고. 서연이는 말할 것도 없지.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힘을 모으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유수가 대답했다.
“뭐, 저도 나쁠 건 없죠. 서연이나 저는 학생이라 자주는 만나기 힘들겠지만, 일단 단톡방이라도 만들어서 자주 연락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아요. 괜찮은 작품 있으면 정보도 공유하고요.” 유수의 말에 송철호는 대놓고 기분 좋은 티를 냈고, 서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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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모임 이름을 뭐라고 할까?” “배우들 어때요?” “배우들? 나쁘진 않은데, 조금 임팩트가 부족한 것 같지 않아?” “그럼 페르소나?”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요. 나쁘진 않은데요.” “그럼 페르소나로 할까?” “그 부분은 급한 건 아니니까 생각날 때 정하기로 하고, 일단 야식이나 좀 먹자. 괜찮지?” “그럼요. 아까부터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오빠는?” “나야 당연히 괜찮은데, 꼬맹아, 넌 신경 좀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됐거든. 나 어차피 찍을 작품도 없고, 성장기라 그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거든! 그러고 왜 자꾸 꼬맹이래!” 서연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지만, 유수는 그 모습마저 귀여운지 웃음으로 받아쳤다.
“흠흠… 그래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맘껏 먹고 가자. 어차피 배달 음식일 테니.” “됐어요, 형. 어차피 너무 늦어서 시킬 음식도 별로 없으니까 제가 한번 실력 발휘 좀 해볼게요.” “네가?”
“재료는 좀 있죠?” “그, 글쎄? 내가 그런 쪽은 신경을 별로 안 써서.” “근데 오빠 요리도 할 줄 알아?” “어디 가서 욕 안 먹을 만큼은 하지.” 유수는 송철호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고, 냉장고로 향했다. 다행히 냉장고 안엔 쓸 만한 재료들이 여러 가지 들어 있었다.
“잠깐 쉬고 계세요. 금방 해드릴 테니.” 적당히 재료를 꺼낸 유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재료를 다듬었다.

나무 도마에 부딪히는 칼의 울림이 벌써부터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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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한 포기를 써는데 잘 숙성된 배추만이 낼 수 있는 그 시원한 소리가 부엌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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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 「요리왕 기룡」의 한 장면과 비슷해 보였다.
양념을 능수능란하게 냄비에 착착 투입했다.
나무 숟가락을 들고서 중간중간 맛을 보며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귓가를 때리는 소리. EOS파워볼
보글보글보글.
“오오! 유수야, 뭐야?”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하는 하얀 쌀밥에 빨간 찌개의 색감.
“그냥 간단하게 참치김치찌개 했어요. 딱히 싫어하는 사람 없죠?” “와~ 오빠 나 그거 완전 좋아하는데, 내 취향은 또 어떻게 알고!” “유수야. 나도 그거 좋아한다.” “어쩐지 재료가 있더라고요. 아무튼 곧 끝나요.” 유수가 하는 요리는 내공을 사용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먹는 참치김치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 났다.
“와, 완전 맛있어. 이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거야?” 김치에서 우러난 시원함과 참치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이 한데 섞여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냈다.
“뭘 어떻게 만들어. 그냥 똑같지.” “아닌데, 아닌데. 우리 엄마가 하면 이런 맛 안 나는데. 오빠 이런 거 매일 만들어 줄 수 있어?” 서연은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감동한 눈치였다.
“어. 서연아. 그거 프러포즈하는 거야? 아직 너희 결혼하기엔 너무 이른데.” 송철호의 선 넘은 농담에 서연은 왜 저 인간이 또 실없는 소리를 하나 노려봤다.
그러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런 거 맨날 만들어 줄 수 있어?” “뭐! 뭐라는 거예요!” 서연의 얼굴이 토마토가 되어 버렸다.
“어? 농담이었는데. 서연이 얼굴이 터질 것 같네. 흐흐.” 눈치가 없는 건 알았어도 생각 이상으로 눈치가 없는 송철호였다.
서연은 오늘 막 시작한 이 모임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 정도였으니.로투스바카라
‘저 인간은 정말 모르는 게 분명한데, 뭐 저렇게 내 혈색에 예민한 거야!’ 서연은 속으로 으드득 송철호를 씹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유수가 만든 참치김치찌개는 여전히 맛있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

일단은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진 모임을 지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을까 싶어서.
이렇게 참치김치찌개 앞에서 훗날 전설이 될 유수의 첫 사모임이 결성되었다.


신인상이란 것이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의미 있는 상이 아닐지는 몰라도, 배우들 입장에선 대단히 귀한 상이었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신인 중 단 한 명만이 받을 수 있는 상.
아무리 경력을 쌓고, 연기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자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면모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실력과 운, 작품까지 여러 조건을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배, 동료 연기자들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연기자여야 했으니 어떻게 보면 연기 대상보다 더욱 귀한 상일지도 몰랐다.
실제로 연기 대상을 여러 번 받았음에도, 젊은 시절 신인상을 받지 못해 연기 말년까지 아쉬워하는 배우들이 종종 나타나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열일곱 살의 나이에 신인상을 수상한 유수의 주가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여러 차례 관심받을 만한 일이 생겼는데, 이 와중에 신인상까지 받았으니 CF와 작품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다.
대중에게 완전 호감의 이미지로 돌아선 유수는 이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 여겨도 무방했다.

다만 유수가 이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 세상은 유수에게 애가 달은 상황이었다.
느긋하게 집에서 쉬고 있던 유수에게 참다못한 선우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이고. 선우 씨 오랜만이네. 잘 지내죠?” “그럼요. 유수 덕에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괜히 유수 때문에 고생하는 거 아닌지 몰라.” “하하하.

어머니 유수 같은 배우만 있으면 대한민국 매니저가 되고 싶은 직업 순위 1위일걸요?” 선우의 아부가 싫지 않은지 김 여사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후 선우를 유수의 방으로 넣어줬다.
“과일 좀 먹으면서 얘기해요.” “네. 잘 먹겠습니다!” “그래그래. 일 얘기하는 데 방해하지 말아야지.” 김 여사가 밖으로 나가자 선우가 입을 열었다.
“유수야. 오늘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에이, 형. 오자마자 또 앞뒤 없이 얘기하시네요. 뭘 대답해요?” “아. 내가 또 그랬나? 내가 네 생각만 하다 보니 항상 다 얘기한 것 같아서. 하하.” “그래서 무슨 얘기인데요?” “아직 크랭크 인까지 시간이 좀 남았잖아?” “그렇죠.”
“그 전에 CF 몇 개 찍자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지금 단가도 나쁘진 않고.” “몇 개나 들어왔는데요?” 유수가 전혀 몰랐다는 듯 물었다.
유수는 작품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CF엔 큰 관심이 없었다.
“대기업도 몇 군데 있고, 중소기업까지 하면 20개 정도 되는데. 한번 볼래?” 말을 하며, 선우는 정리가 잘된 파일을 유수에게 건네주었다.

유수는 빠른 속도로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이야. 벌써 이런 광고까지 들어왔어? 어? 여기는?’ 그러다 한 중소기업 제품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형. 여기는 조건이 어떻게 돼요?” “어디? 아, 프리덤? 거기 조건은 그다지 좋지 않아. 1년 계약에 5천만 원인데, 회사 자체가 좀 영세하다 보니 다른 데보단 조건이 별로지.” 신인에게 1년에 5천만 원도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유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선우가 배짱을 보였다.
프리덤은 눈이 높아진 선우가 처음부터 관심조차 두지 않은 기업이었다.
“전 그 프리덤이 마음에 드는데요. 대신 계약 조건은 좀 바꾸고요.” 하지만 유수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어, 어떻게?” “인센티브나 러닝 개런티 쪽으로요. 아무래도 제가 하는 CF인데 얼굴만 살짝 보여주고 정산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 해

야 저도 열심히 홍보할 맛도 나고요. 앞으로도 CF는 그런 쪽으로 찍을 예정이에요.” 선우는 이제 이런 유수의 말들이 놀랍지도 않았다. 생각 자체가 범상치 않은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아직 유수가 학생이라 너무 젊음에 취해 돈과 시간을 귀히 여기지 않고, 열정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단 착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추다 보니 알게 된 사실. 안정성이 아닌 모험을 추구하는 유수의 성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까지 유수의 선택은 언제나 탁월한 결과를 가져왔으니, 선우 입장에서는 함부로 반대의 의사를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에효. 누가 널 말리겠냐. 그럼 프리덤 쪽에 연락한다? 다른 회사는 마음에 드는 데 없고?” “일단 프리덤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암.

충분하고말고.’ 프리덤은 몇 년 내로 가성비 청소기의 대명사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런 미래를 알고 있는 유수로서는 고작 5천만 원만 받고 인연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꿀은 떨어질 때까지 빠는 거지. 흐흐흐.’ 당연히 연기로 가장 높이 올라가는 게 최고의 목표였지만, 기왕이면 부자가 돼서 나쁠 게 없었다.
이렇게 유수의 부자 되기 꿈은 조금씩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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