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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 사고 발생 】 유수를 인정해서인지 송철호의 대사는 전보다는 훨씬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놔라.”
“못 놓겠다, 이 자식아.” “좋은 말할 때 놓으라고 했다.”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해 더욱 강하게 멱살을 잡아 쥐는 장민성.
최강한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장민성의 손목을 잡았다.
서로 강렬한 눈빛을 주고받자 주변 학생들은 둘에게서 시선을 고정시킨 채 눈치를 보며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둘 다 왜 그래? 아까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이아름이 듣다못해 끼어들었지만 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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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발을 동동 구르는 이아름과 서로에게 실시간파워볼 적의를 뿜어대는 장민성과 최강한.
아직까지 그리 나쁘진 않은지 촬영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었다.
유수도 그 점을 느끼고 있었고, 이제 슬슬 텐션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너 아주 미쳤구나. 왜 그런 쓸데없는 일에 내 귀한 시간을 써야 하지?” 매우 하찮은 것을 보듯 거만한 눈빛으로 장민성을 압박해나갔다.
“왜? 쫄리냐?” 장민성은 그런 시선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최강한과 한차례 치고받을 것 같은 긴장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길게 한숨을 내쉰 최강한이 장민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후우. 네가 지면?” “뭐?”
“네가 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땐 내 말 듣는 거냐?” 실제 이런 일이 유수 사이에서 파워볼실시간 일어났다면 송철호는 체면이고 뭐고 멱살을 정중히 놓고서는 뒷걸음쳐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주연이자 선배라는 그 알량한 자존심으로 두려움을 꾸욱 누른 채 다리를 겨우 땅에 붙이고 유수와 마주하며 감정을 점점 고조시켜갔다.
“날 이기겠다고? 허. 네가 싸움 좀 하는 거 아는데. 나 장민성이야, 장민성!” ‘잘하고 있어, 송철호. 이렇게 실수하지 말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자고.’ 유수도 점점 물이 오르는 송철호의 연기에 맞춰 기세를 올려 나갔다.
“그래서 지면 내 말 들을 거냐고!” 최강한이 확답을 받기 위해 장민성에게 윽박질렀다.

“지면? 참나, 지면 종이라도 돼주마. 이 자식아.” “지금 그 말 꼭 잊지 마라.” 자신의 파워볼게임사이트 멱살을 잡고 있던 장민성의 팔을 차가운 표정으로 쳐낸 최강한이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한껏 비웃은 장민성이 최강한을 따라나섰다.
이아름이 둘 사이를 말리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가방을 들고 둘을 따라나서는 것밖에는 없었다.
“컷! 오케이!” 교실에서의 촬영을 끝내고 오늘 마지막 촬영을 위해 모든 스탭들이 자리를 옮겼다.

중요한 장면이니만큼 무술 감독과 스텝들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감독님 그만 하세요. 하고 있던 긴장까지 다 풀리겠어요.” “어린놈이 말하는 것 하곤. 하긴 누가 널 걱정하겠냐. 알아서 잘 마무리 해라.” 유수의 너스레에 무술 감독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송철호도 다음 있을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수를 인정하고 나니 장민성으로 몰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래, 어차피 연기가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합이 중요하지.’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솟아났다.
“철호야! 이전 신 한 번에 넘어왔어. 연습한 보람이 있네! 힘내라. 잘하고 있어!” 눈치 없는 송철호의 매니저도 지금의 좋은 분위기는 느꼈는지 옆에서 응원을 던졌다.
“고마워, 형.” 한층 마음이 편해진 송철호는 그런 매니저의 응원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음 촬영을 위해 장소가 옮겨지고,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촬영 준비를 하고 파워볼사이트 있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흘러가는 듯한 촬영장 한구석에서.
“야! 양영환! 정신 안 차려!” 조명 감독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직원 한 명을 앞에 세우고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이 새끼야! 어디서 처 잘 데가 없어서 촬영장에서 졸고 있어?” 다른 촬영장에서 밤을 새워 촬영한 것이 독이 되었다.
보통 스탭들은 한 드라마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앞의 촬영이 밀리게 되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음 촬영에 임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들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들키는 바람에 온갖 욕을 때려먹고 있었다.
‘젠장, 누군 자고 싶어서 잤나. 나도 모르게 존 걸 가지고 언제까지 갈구는 거야.’ 속으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대놓고 표현할 순 없었다.
“내가 똑바로 지켜볼 거야. 앞으로 잘해라.” 시원하게 내지른 조명 감독은 다른 팀원들의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남아 있던 양영환이 할 수 있는 것은 티 나지 않게 뒤에서 조명 감독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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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소동은 있었지만 무리 없이 촬영 준비가 끝났다.
“자, 배우분들. 몸 좀 잘 푸시고요. 곧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유수와 송철호는 합을 맞춰가며 어설프게나마 리허설을 마치고 자세를 잡았다.
그 뒤에 선 서연 또한 입을 풀며 촬영을 준비했다.
배우들의 준비가 끝난 듯하자 성현이 메가폰을 쥔 채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송철호가 미리 정해져 있던 동선을 따라 걸으며 첫 대사를 뱉었다.

“얼마 걸리지도 않을 텐데, 이런 데까지 데려왔어?” 갖고 있는 허세란 허세를 다 담아 하는 세이프파워볼 모양이 제법 어울렸다.
지금 최강한이 장민성을 비웃으며 끌고 온 곳은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뒷산이었는데, 평소 불량 학생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최근에 일진과 장민성 사이에 있던 사건들로 인해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탓에 안 그래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한층 더 짙어져서 송철호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딴소리 말고 먼저 공격해라.” 최강한의 진심인지 연기인지 모를 대사.
어느새 가방을 내려놓은 최강한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여유롭던 장민성의 얼굴색이 붉어지며, 최강한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뒤에서 따라온 이아름이 말리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둘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최강한은 장민성의 화려한 공격들을 가뿐히 피해 가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말뿐이었냐?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거야?” 자신을 비웃는 장민성의 말투에도 최강한은 표정의 변화 없이 계속 피하기만 했고 이에 신이 난 장민성의 공격은 더욱 거칠어져 갔다.
피하다 보니 어느새 최강한의 뒤쪽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피할래? 크크크.”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최강한을 비웃으며 장민성이 다가왔다.
장민성에게 몰입한 송철호는 배역 그대로의 일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유수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뭐, 뭐야!” 송철호가 놀라 소리쳤지만, 유수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더욱 빨라졌다.
유수가 향한 곳은 마음 졸이며 두 사람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던 서연이 서 있는 곳이었다.
서연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점점 커지자 서연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선 어설피 설치된 철제 조명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놀란 서연이 자리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꺅!”

비명소리와 동시에 달려오던 유수가 그 탄력을 그대로 받아 높이 뛰어올랐다.
빡!
날아오른 유수의 발차기가 낙하하는 철제 조명의 옆만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에 따라 조명은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 떨어졌다.
쿵!
철제 조명은 떨어지는 속도와 유수의 공격에 의한 충격으로 철 부분을 제외하곤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조명의 파편을 아름다운 밝은 빛을 뿌리며 흩뿌려졌지만, 자리에 있는 누구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다.
순간 촬영장은 정적에 잠겼다.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서연이 놀란 눈으로 파편을 쳐다봤다.
“저, 저게 떨어진 거예요?” 유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서연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유수의 손에서 시작된 따뜻한 기운이 하얗게 질린 서연의 체온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신이 돌아온 서연은 본능적으로 앞에 있는 유수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배우라고 해도 고작 중학생의 불과한 나이였다. 그나마도 움직이고 있는 게 놀랄 일이었다.

그제야 당황해 어쩔 줄 모르던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역시나 감독 성현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평소에 존댓말을 사용하며 사람들을 대하던 성현 입에서 나왔다곤 생각하기 힘든 일갈이었다.
그 목소리는 조명 감독에게 향했고, 조명 감독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서연이 괜찮지? 안 다쳤지? 다른 사람도 괜찮아요?”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생각났는지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성현이었다.
성현의 외침에 눈물을 흘리던 서연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붉게 물든 얼굴로 유수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저, 전 괜찮은 것 같아요. 고마워, 오빠.” 아쉬움인지 불안함인지 아직은 유수의 소매를 붙들고 있었다.
다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성현은 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유수가 빠르게 발견해 몸을 날려 막았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서연이 심하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드라마가 엎어지는 건 당연했고, 관계자들은 법적 처벌까지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성현의 눈빛에 지레 놀란 조명 감독이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 감독님.” “어떻게 된 일이야?” 평소와 전혀 다른 까칠한 말투였다.
“그, 그게… 저희 막내가 조는 바람에 제대로 설치를 못했습니다.”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성현은 일단 촬영 중지를 선언했다.
지금 당장은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올 리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일어나는 드문 일이었지만, 실제로 다친 사람도 없고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다만 조명 감독과 막내가 교체되고 배상에 관한 문제는 다음에 처리하기로 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심리적인 안정이었다.
실제로 사고를 당할 뻔한 것은 서연이었지만, 다른 배우들이라고 멀쩡하진 않았다.

“서연아, 이거 언제 놓을래?” 한쪽에 비켜서서 촬영 여부를 기다리고 있던 유수가 껌딱지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서연을 보며 물었다.
“오빠. 내가 불편해?”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슬슬 정신 차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또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거야 원, 물에 빠진 것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었다.
“사람들이 우리만 보고 있는데?” 유수의 말에 놀란 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많은 배우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얼굴을 붉히며 유수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지만, 그렇다고 아주 멀리 떨어지지도 않는 서연이었다.
그때 서있던 배우들 중 다른 한명이 유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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