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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장인이 돈이 많아요_서인하 – 023 #
장인은 먼치킨, 장인절대공
키르쉬 (Kirsch)라고 체리로 만드는 술이 있어. 스위스에서는 사람들이 무거운 저녁을 한 뒤 소화가 잘 되게끔 딱 한 잔씩만 마시는 술이야. 이게 도수가 38도, 조금 더 강한놈은 41도씩 하거든. 근데 확실히 술은 좋아. 형은 보통 반주로 3,4잔 정도 마시거든, 위스키 잔으로. 근데 다음날 머리가 아프긴커녕 오히려 속이 편안해. 뒷끝이 전혀 없는 술이야.
쥴리 부모님이 형을 집으로 초대를 하셨단 말이야. 그게 중국 문화래. 멀리서 오는 손님은 보통 집에다가 잠자리를 마련해준다는 거야. 중국 스텝들한테 물어봤어, 그게 진짜냐고. 그랬더니 당연하다는 반응이더라고. 어쩔 수 없잖아.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그게 그나라 문화라니…
선물은 뭘하면 좋겠냐고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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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선 의견이 조금씩 갈리더라.
누구는 남자는 담배, 여자는 한국 화장품이면 충분하다는 애도 있고, 누구는 중국 사람들은 한국 인삼을 선호한다고 하는 애도 있고, 또 누구는 쥴리네처럼 잘사는 집은 웬만한 건 다 있을테니까 차라리 중국에서 구하기 힘든 거,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걸 선물하는 게 오히려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형은 첫번째와 세번째 그 의견에 귀가 솔깃했어.
그래서 스위스 전통 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키르쉬, 그 중에서도 최고급을 한 병 준비했어. 키르쉬도 한국 소주처럼 브랜드가 천차만별이거든. 그래서 형은 한국 안동소주에 해당하는 급의 키르쉬를 구입한거야. 안에 금가루 들어가있고, 막 그래. 한 병에 한 30만원? 그 정도면 되겠다 싶었던거지. 사실 그 이상 하는 건 오버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장모님 선물은 공항 면세점에서 설화수 기초세트를 구입했어. 설화수가 미쳤어. 유럽 어느 공항 면세점을 가도 다 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에 설화수를 꼭 넣어야 한다는 게 형의 개인적인 의견이야. 특히나 여자들에겐 삼성보단 설화수야.
그때까지만 해도 형은 중국 담배 클라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어. 엔트리파워볼 그래서 하도 애들이 중국은 담배 선물이 기본이라길래 공항 면세점에서 스위스의 디스 플러스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 국민담배 두 보루도 설화수랑 함께 샀어.
준비는 이만하면 됐다 싶었지.

자, 이제 드디어 중국을 가는 거야.
설레. 막 설레. 미칠 거 같애. 공항 흡연실에서 담배를 연속적으로 피웠어. 쥴리를 만난다는 설렘 50프로. 쥴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는 두려움 50프로. 자, 그 기분으로 중국으로 가. 비행시간 총 12시간 47분. 크하…어디까지나 프랑크푸르트에서 12시간 47분이란 말이야. 취리히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그리고 대기시간 3시간을 포함하면 딱 하루가 걸린거야, 형 집에서 쥴리를 만나러 가기까지.
그래도 피곤한 건 없어. 그냥 막 설레고 두렵고, 기대반 걱정반…그런 EOS파워볼 기분이야.

비행기 안은 당연히 70프로 이상이 중국인이지. 너무 시끄러워. 특히나 애들은 로투스바카라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시끄러워. 근데 그 부모들은 아예 그냥 풀어놔.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부모들이 한마디 할만도 한데, 그들은 그냥 애들이 다른사람한테 피해를 주거나 말거나 나몰라라야.
어차피 형은 비즈니스 클라스잖아. 그리고 준비한 Boss헤드셋이 있었어. 그정도면 충분한거야. 한국영화가 제법 있더라, 그 비행편에. Boss헤드셋에 연결시켜서 <웰컴투 동막골>, <킬미>,<살인의 추억>…자다가 먹다가, 또 자다가 영화 보다가…그렇게 청두썅류 국제공항에 도착을 한거야.
이른 아침이었어, 도착을 했을 땐. 버릇처럼 손에 감은 시계를 현지 시간에 맞춰놓고 수속을 시작해.

잠을 많이 잤어도, 시차가 있으니까 몸은 피곤하지. 거기다 중국은 아침이잖아. 수속은 또 왜그리 느린지…
그런게 있잖아. 그 나라만의 냄새. 태국에 가면 태국 고유의 열대아 냄새가 있고, 한국 인천, 김해 공항은 한국만의 냄새가 있잖아. 유럽도 마찬가지고. 근데 형한테 청두의 첫 냄새는 너무 매웠어. 매운 음식 냄새가 아니라, 뭐랄까…새 차에서 나는 방향제같은 냄새? 슬핏 잘못 맡으면 고무타는 냄새 같기도 해. 그 냄새가 일단 첫 청두의 이미지였어, 형한테는.
기내용 리모바 슈트케이스 하나 끌고, 한 손엔 면세점에서 산 장모 선물, 설화수를 딱 들고 입국장을 나왔어. 저 멀리 쥴리가 형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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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오 우리 약간 모자란 쥴리! 가슴이 떨릴 정도로 반갑지. 보자마자 바로 끌어안고, 짧게지만 입맞춤을 했어. 근데 입맞춤을 하고 보니까, 여긴 중국인거야! 유럽이 아니잖아. 그래서 형도 모르게 주위를 한 번 둘러봤어. 근데 아무도 신경을 안쓰더라? 혼자 중국에 대해 너무 겁을 먹고 있었던거지, 형이. 쥴리는 형한테 매달려서 떨어지지를 않아. 형 목을 감고서 한참을 그렇게 매달려 있던 쥴리가 피곤하지 않냐고 묻더라고.
피곤하다기보단 쥴리를 너무 안고싶은 마음 뿐이었어.
“”샤워를 하고싶어. 널 만나러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왔어. 조금 씻어야겠어.””
“”그럴줄 알고 미리 호텔 예약해놨다능! 아침 아직 안먹었지? 얼른 가서 아침부터 먹자능!””

“”센스쟁이…가자, 샤워하러.””
시작은 무척 좋았어. 근데 공항 주차장에서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해.
청두썅류 국제공항은 주차장이 밖에 있어. 스위스랑 조금 달라. 깜짝 놀랐다, 형. 아직도 그때의 쇼크는…횡단보도야 분명히. 저 횡단보도는 사람 먼저라는 뜻이잖아. 물론 상호 주의를 해야 하지만 차보단 사람이 먼저라는 뜻이야. 근데 청두는 차가 먼저야. 차가 먼저고 사람들은 기다려야 해. 스위스랑 너무 다른거야. 스위스는 횡단보도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일단 차가 서. 그리고 비상 깜빡이를 켜서 뒷따라 오는 차에게 신호를 주고 건너려는 사람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해준단 말이야.
근데 중국은 막무가내야. 그냥 대가리부터 들이밀어. 형도 모르게 욕이 나왔어. 차 한대가 그 횡단보도를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치더라고. 형은 건너려는 상황이었고.
쥴리가 웃으면서 그래. 원래 중국이 이렇다고 말이야.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이제 쥴리가 차를 가지고 왔을 거잖아. 형을 픽업하겠다고. 근데 그 차가…그 차가 부가티야. 부가티…형 실제로 처음 봤거든, 부가티. 아니다 실제로 처음 본 건 아니다. 스위스에서 왓치딜러로 일을 하면 일년에 한 번씩 시계인들의 축제 바젤 왓치 앤드 쥬얼리 박람회가 있어. 이걸 바젤페어라고 하는데, 거기 가면 한번씩 부가티같은 슈퍼카들이 그 자태를 뽐내며 멋지게 등장할때도 있어. 형은 모토쇼를 한 번도 안가봤어.
람보르기니 정도 급은 사실 유럽에 살면 심심치않게 봐. 한국에서도 뭐 사실 한 번씩 볼 수 있잖아.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또 뭐냐 마이바흐…뭐 그정도는 한국에서도 볼 수가 있단 말이야. 근데 부가티는 말이 안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앞에서도 몇 번 말했지만, 형 쥴리집이 잘산다고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중국 가기 전까지 쥴리

집이 싼야라는 곳에 5성급 리조트 호텔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반신반의 했었어. 말이 안되잖아, 사실.
근데 공항에서 쥴리가 타고온 부가티 앞에서 형은 이거 뭐지…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해. 이정도 되면 걱정인거야. 부가티는 말이 안돼. 거기다 지문으로 문을 열어. 물론 옵션이겠지. 옵션일거야, 분명. 어쨌든 형이 처음 타본 부가티는 쥴리만 운전을 할 수 있어. 지문 인식이야, 시동까지도.
스위스 사람들 차 좋아하거든. 전 세계에서 아마 스위스인들만큼 차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도 찾기 어려울거야. 그들은 차에 환장을 했어. 그래도 지문 인식 옵션을 걸어놓은 부가티는 형이 들어본 적이 없어.
“”이거…네 차야?””

“”어때? 죽이지? 크흐흐흐. 아빠가 졸업 선물로 하나 사줬어.””
“”……””
할 말이 없는 거지 뭐. 거기서 무슨 말을 해? 근데 뭔가 잘못됐단 느낌이 시작된 건 확실했어, 그때부터.
사실 형이 왜 쥴리가 그냥 잘사는 집 외동딸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냐면, 형도 스위스에서 일년이지만 호텔학교를 다녔잖아.

거기에 보면 ‘푸얼다이’라고 미친 애들이 있어. 말 그대로 재벌2세야. 걔네들은 다른 애들이랑은 섞이지도 않아. 딱 자기들만의 그룹을 형성해서 학교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막 이런 거 타고 왔다갔다 해. 형은 돈이 없었잖아. 그래서 학교 기숙사 생활을 했었거든. 근데 푸얼다이 걔들은 집도 따로 학교 밖에 아파트를 얻어서 생활하고 차도 슈퍼카를 몰고 다닌다 이거지. 진짜 미친 애들이야. 매일 카지노를 가. 학교 수업은 걔네들한테 그냥 시간 때우기 식이야. 어쨌든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졸업장 딸때까지 학교 등록금 내면 그만이다, 그거지.
그런 애들에 비해서 쥴리는 차가 없었어, 우선. 대부분 중국 애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자기들 개인 차를 몰고 다녔거든, 푸얼다이는.
물론 모든 중국애들이 다 푸얼다이는 아니었어. 그냥 잘사는 집 애들도 있지. 그런 애들은 푸얼다이 애들이랑 섞이고 싶어서 무리해서 차를 사기도 하는데, 그래도 슈퍼카는 무리지. 거기다 그런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애들은 그냥 학교 열심히 다니는 거야.
형은 쥴리를 딱 그냥 학교 열심히 다니는, 조금 잘사는 집 딸이라고 생각을 했던거야.

근데 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부가티를 딱 보는 순간, 형이 스위스 호텔학교에서 만났던 푸얼다이에 대한 환상이 다 깨지면서 머리가 혼란스러운거야.
형 사실 부가티 얼만지 몰랐어. 근데 부가티 한 대로 람보르기니 몇 대를 살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문제는 부가티는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애, 어디선가. 형이랑은 완전 다른 세상 차니까, 아예 뭐 생각을 안했던 차지. 그런데 쥴리가 그런 차를 몰고 왔으니, 형이 얼마나 무서웠겠냐?
그때부터 형의 얼음이 시작된거야. 그래도,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살얼음 수준이었어. 완전 꽁꽁 언건 아니었고, 그냥 살짝 얼었다…그 정도였어.

호텔을 딱 갔어. 괜찮은 스위트 룸이야. 그정도야, 오픈홀덤 뭐.
샤워하고 19금 한 번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잠시 잤어. 시차가 어긋나니까, 침대 위에서 잠이 오는거야. 그렇게 아침을 건너뛰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갔어.
여전히 시차때문에 입안이 까끌거려서 입맛도 없어. 어쩌면 시차 때문이 아니라, 쥴리가 몰고온 부가티 때문에 입맛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어. 살얼음이라도 얼음은 얼음이니까.
옷을 사러 가자고 하더라고. 형도 그게 좋을 것 같았어. 나름 신경써서 입고 오긴 했는데, 장시간 비행으로 입고 온 캐시미어 자켓에 주름이 너무 많이 갔더라고. 저녁을 초대하셨거든, 쥴리 부모님이. 그래서 시간도 죽일 겸 쇼핑을 한거야. ‘왕푸징’ 백화점이라고 한국의 롯데백화점이라고 생각하면 쉬울거야. 중국은 백화점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많아. 근데 그래도 왕푸징은 대표적이야, 어느 지역이든. 그 왕푸징에서 옷을 하나 샀어. 형은 그래도 나름 명품코너에서 젠야 코트를 하나 샀어. 근데 옷이 말도 안되게 너무 비싸. 물론 유럽이랑 비교를 하면 안되지. 유럽, 특히 이탈리아 그 쪽 지역은 명품이 미친듯이 싸거든. 한번씩 아울렛가면 가격이 미쳐. 아무리 그래도 똑같은 브랜드가 가격이 최소 2배는 나는 거 같애. 명품 말이야. 혹시나 해서 다른 매장들을 둘러봤어. 같은 나이키 운동화도 한국보다 30프로 정도는 더 비싼 거 같애. 처음보는 중국 브랜드가 너무 많은 거야. 보면 싸보이는데, 가격표를 보면 헐…비싸. 형이 상상했던 중국이 아닌거야. 물론 이제 막 도착한 중국이고, 쥴리가 좋은데만 데리고 갔으니까 그렇겠지. 근데, 그래도 이건 형이 생각했던 후진국 중국이 아닌거야.
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골때리기 시작하는거야.

사실 처음 청두에 도착하기 전 형은 청두를 형이 사는 부산보다는 그래도 세이프게임 조금 낙후한 도시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어. 근데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된 거였어.
청두는 그냥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이었던 거야. 그 안에 춘시루는 명동이고, 가오신츄는 강남이야. 사천이 땅 면적으로만 놓고보면 대한민국보다 네 배 이상이 크니, 거기 수도 청두는 당연히 서울 정도의 레벨은 되는 거였어. 물론 사천에 진짜 못사는 지역도 있지. 많아. 그런데 청두는 한국의 서울, 어쩌면 현재 2017년은 그 이상일지도 몰라.
쥴리가 차를 조금 외진 곳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이 들더라? 저기 고층건물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그런 느낌이었지. 부산에서 양산으로 가기 전 고속도로를 타잖아? 그런 느낌이었어. 도시간의 이동이랄까? 그런 느낌으로 차가 한 20분 정도 달렸어. 날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해.
“”집이 시내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나 봐?””

“”아닌데?””
중국은 차로 1,2 시간 거리는 가까운 거리야. 사람들의 마인드가 그래. 아니다. 가까운 거리라기 보다는 그냥 그리 멀지 않은 거리야. 그냥 충분히 약속 잡고 만날 수 있는 수준의 거리라는 거지. 그러니 형 입장에서 시내에서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게 쥴리 입장에선 당연히 아닌거지. 뭐 아니라니까 그냥 아닌가보다 하는 거야, 형은. 어쨌든 여전히 살얼음이었거든.
저택 촌이 나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전원주택 촌이랑은 그 개념이 많이 달라. 그냥 보면 최소 2,3층 지하 1층짜리에 대문이 대부분 4,5미터 정도는 돼. 말 그대로 저택인거지.
조금씩 살얼음이 땡땡해지기 시작해. 그 저택촌에서도 단연 높은 건물이 하나 보여. 대충 봐도 최소 5층은 넘어 보여. 이제 형은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지. 저건 저택 촌에서도 나름 빌라다. 멀리서 딱 봤을때 한국의 최고급 빌라같은 거야. 나름 경비실도 있어. 그 안에 경비가 없다는 게 조금 의하하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서 형은 그게 당연히 빌라라고 생각을 했지.
쥴리가 그 쪽으로 차를 몰아.

“”저기야?””
“”응. 저기야 우리집.””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거지. 그나마 저택은 아니잖아. 물론 누가봐도 부촌이야. 이웃들이 하나같이 한국으로 따지면 재벌 정도 될 것 같애. 한국의 재벌을 보지는 못했지만, 저정도 저택에 살면 삼성, 현대 뭐 이런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재벌 정도는 되겠다 싶은거야. 그냥 형 기분이 그랬어.
근데 거기에 비해, 쥴리가 자기집이라고 하는 곳은 어쨌든 공용 빌라잖아. 물론 으리으리하지. 차가 들어가기 전 대충 확인을 해보니까 딱 6층이야. 최소 12세대는 모여 산다는 뜻이잖아. 다른 저택들보다 면적은 넓어도 그 넓은 면적을 12세대가 나눠 쓴단 말은 그래도 인간적인거거든.
쥴리가 차를 그 앞에 딱 세우고 내려. 형더러는 그냥 타고 있으래. 그래서 타고 있었어. 내려서 대문에다가 카드를 찍어. 5미터 이상 높이의 화려한 철문이 아주 부드럽게 자동으로 열리더라?
우와…대박. 혼자 막 차 안에서 그러고 있었어.

쥴리가 다시 차에 타. 그리고 그 안으로 차를 몰아. 관리비 장난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어. 안에 잔디를 누가 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중학생 스포츠 머리처럼 반지르르하게 잘 깎아놓은거야. 거기다 조명이란 조명은 다 켜져있어. 차를 지하로 몰고 가더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거겠지.
근데, 근데! 차가, 그 지하 주차장 안에 세워져 있는 차들이 그냥 모토쇼야.
브랜드 이야기 안할게. 그냥 모토쇼. 이 한마디가 가장 적절한 묘사야. 더 이상하면 이건 그냥 잡소리야.
살얼음은 이제 본격적으로 얼음이 되어가고 있는 거야.

이쯤되면 5성급 리조트 호텔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하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은거지.
형 배짱 좋잖아? 잘 안 쫄아. 근데 사실 거기선 안 쫄 방법이 없어. 친구집에 놀러가는 거 아니잖아.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가는 거잖아. 물론 결혼은 너무 앞서가는 거야. 하지만 어쩌면 그 결혼이라는 게 조금은 깔려있는 만남아냐? 그러니 당연히 겁이 나지.
아직 시작도 안했어. 이제부터 본격적이야. 차를 세워놓고 엘르베이터를 딱 타.

근데, 그 엘르베이터 버튼이 한문이야. 형 태어나서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하긴 많은 나라도 아니다. 그냥 그게 다 유럽 안이야. 어쨌든 엘르베이터가 숫자가 아닌 자기네 문자로 되어있는 엘르베이터는 처음 봤어.
대충 뭐 E 버튼 정도는 있을 수 있잖아? 근데 그런 개념이 아니라 모든 버튼이 다 한문이야. 특히 재밌었던 건 그 한문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일, 두이, 석삼, 넉사…뭐 이런 게 아니라 조금 생소한 한문이었어.
뭐 그렇다고 치자고. 근데 생각을 해보니까, 호텔에서도 왕푸징 백화점에서도 엘르베이터는 그냥 숫자였던 게 기억이 나는거야.

그래서 쥴리한테 물었어.
“”이 건물은 한 집이 한 층씩 쓰는 거야? 이 버튼은 그 집 주인들 성이고?””
쥴리가 씨익하고 웃더라. 마치 형이 귀여줘 죽겠다는 표정이었는데, 그 웃음이 형은 너무 무서웠어.

“”이건 응접실 겸 카지노, 이건 수영장, 이건 아빠 개인 수집품 전시관, 이건 아빠 서재겸 극장, 이건 게스트 룸, 그리고 이건 엄마, 아빠 방. 그리고 이건 내 방.””
위로 6층 지하로 2층까지가 다 쥴리 집이었던 거야. 그럼 저 차들은? 주차장에 모토쇼를 방불케한 저 차들은?
더 재밌는 거 하나 알려줄까? 옥상에 헬리콥터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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