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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영흥후를 주시하다
진천화와 호양운은 여전히 검을 들고 있었지만 다른 시위들은 검을 들 힘조차 없었다. 부상을 크게 입은 두 시위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검을 바닥에 꽂고 꿋꿋이 버텼다.
구레나룻 사내는 술을 마시며 자객들이 시위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진천화 등 시위들의 무공 수준을 평가하며 칭찬하기도 했다.
구레나룻 사내는 술을 마시고 쩝쩝 소리를 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하, 계속 버텨도 소용없습니다. 차라리 항복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럼 부하들 목숨을 살려 드리지요. 어떻습니까?” 심균당은 섭정왕을 부축한 채 맞은편 남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남제 사람들은 연극 구경하듯 여유롭게 섭정왕이 무릎을 꿇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손 지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했다. 심지어 섭정왕이 여직 버티고 있는 것이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기도 했다.
심균당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섭정왕을 바라보았다.
심균당은 출중한 능력에 교활하기까지 한 섭정왕이 아무 대비도 없이 연회에 참석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나도 오늘 연회가 수상쩍다고 생각했는데 능구렁이 같은 섭정왕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손부에 왔을 리 없어!’ 심균당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자객들을 막고 있던 진천화가 팔을 칼에 베였다.
그는 잠시 주춤하다가 바로 반격해 자객을 죽였다.
진천화는 검을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섭정왕에게 말했다. 파워볼사이트
“전하, 더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때 섭정왕의 눈에서는 예리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낯빛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섭정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오른손을 들어 손짓했다.
섭정왕이 이상한 행동을 하자 남제 사람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들의 얼굴은 굳어졌고 구레나룻 사내는 술을 마시지 않고 아예 술잔을 내동댕이쳤다. 어디에서 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휘어진 장도(長刀)까지 들고 있었다.
섭정왕이 동작을 취하자 진천화는 즉시 입으로 특이한 곡조의 휘파람을 불었다.
몇 초 후, 손부의 화원 근처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워볼게임
흑의인(黑衣人)들은 모두 얼굴에 복면을 하고 있었다. 족히 100명은 넘는 듯했다.
손 지부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언제 어떻게 손부의 후화원에 숨어들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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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지부뿐 아니라 남제 사람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도 물론 섭정왕이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하고 연회에 참석했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숫자만 보면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남제 사람들의 자객들도 그들보다 수십 명이 많을 뿐이었다.
그때 쌍방의 전투력은 비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남제의 자객은 섭정왕의 부하만큼 강하지 않았다. 조금 전 섭정왕의 시위들이 싸우는 모습으로 봤을 때 전세는 금방 역전될 것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밖에 대기하고 있는 자객들을 불러들이지 않으면 국면을 전환하기가 어려울 듯했다.
남제의 이황자(二皇子)가 붙잡히면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무산되게 될 터였다.

남제 이황자가 섭정왕에게 붙잡혀 연나라의 인질이 되면 남제로서는 손해가 클 게 뻔했고 그들이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도 모두 허사가 되었다.
구레나룻 사내는 장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몸에 힘을 주었다.
그는 껄껄 웃은 후 섭정왕에게 말했다. 엔트리파워볼
“과연 연나라의 섭정왕은 다르군! 손 지부도 이렇게 많은 부하가 올 줄 예상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우리한테는 아직 상대가 안 돼.” 구레나룻 사내가 손을 흔들자 자객들이 섭정왕의 흑의인을 공격했다.
이에 질세라 3할에 달하는 흑의인들이 구레나룻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흑의인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구레나룻 사내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젊은 남자였다.
자신감에 넘쳐 있던 구레나룻 사내는 흑의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바짝 긴장했다.
그는 섭정왕이 만만한 사내가 아님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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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정왕은 진즉에 젊은 남자가 진정한 주인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구레나룻 사내는 이제 주인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바짝 긴장한 그는 고함을 질렀다.
“이황자 전하, 저들이 우리 신분을 알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때는 팔자수염의 젊은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섭정왕에게 말했다.
“연나라의 섭정왕 전하께서 오늘 내 견문을 많이 넓혀 주는구려.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더 많아!” 남제 이황자는 허리에서 연검(軟劍)을 빼냈다. 연검을 빼내면서 허공을 한 번 때리자 ‘웅’ 하는 소리가 났다.
그는 술잔을 허공에 던지고 연검을 휘둘렀다. 술잔은 두 동강으로 깨끗이 잘려 나갔다.
그 연검은 쇠를 썩은 무처럼 자를 수 있는 보검이었다. 게다가 남제 이황자의 무공 수준은 구레나룻 사내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흑의인들은 파도가 밀려들듯 남제 이황자에게 달려들었다. 연검이 쇠를 썩은 무 자르듯 하는 보검이긴 했지만 끊임없이 인해전술로 공격하니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레나룻 사내는 남제 이황자한테 가까이 붙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흑의인들은 악착같이 그를 둘러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섭정왕의 부하들은 남제의 자객들보다 무공이 훨씬 뛰어났다. EOS파워볼
반각도 되지 않아 우열이 뚜렷하게 가려졌다. 남제 자객 두 명이 흑의인 한 명을 간신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매우 버거워하는 듯했다.
구레나룻 사내는 바닥에 침을 뱉고 가까운 곳에 있는 남제 이황자에게 소리쳤다.
“전하,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남제 이황자에게도 곁에서 지켜 주는 시위가 있긴 했지만 죽자고 달려드는 흑의인한테 겹겹이 둘러싸여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의 시위들도 금세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 시작했다. 남제 이황자 역시 팔과 등은 물론 얼굴에도 상처가 생겼다.
‘예상대로 연나라 섭정왕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로군. 이젠 대기 중인 부하들을 써먹을 때가 되었어!’ 남제 이황자는 소매로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눈빛이 매서워진 남제 이황자는 구레나룻 사내에게 손짓했다.

구레나룻 사내는 반색하며 품에서 호루라기를 꺼낸 힘껏 불었다.
섭정왕의 눈에서 어두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남제 놈들의 인내심은 여기까지인가.’
섭정왕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투스바카라
섭정왕 옆에 있던 심균당은 화들짝 놀라 낯빛이 창백해졌다.
심균당은 남제 일당이 예비 전력(戰力)을 더 숨기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남제 이황자도 섭정왕 못지않게 교활하고 인내심이 강했다.
남제의 예비 전력도 분명 수가 적지 않을 것 같았다. 흑의인 외에 섭정왕에게 추가 지원군이 없다면 반각 후에는 수세에 몰릴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오늘 누가 승리하고 패배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될 터였다.
심균당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세이프게임
지금 심균당은 섭정왕과 한배를 타고 있었다. 섭정왕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심균당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만일 심균당이 여자라는 사실이 남제 사람들한테 들통이라도 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었다.
연회장에서 벌어진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심균당과 섭정왕은 시위들한테 둘러싸여 있어 현재로서는 안전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심균당은 한곳에 시선이 꽂혔다.
바로 상석에 앉아 있던 손 지부였다.
그때 손 지부는 탁자 밑에 몸을 숨기고 덜덜 떨면서 몰래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손 지부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도망칠 심산이었다.

심균당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섭정왕의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전하, 남제 이황자한테는 예비 전력이 더 있습니다. 우리는 중과부적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일단 퇴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전하, 저기 손 지부를 보십시오.” 손부는 손 지부가 소유한 집이었다. 손 지부가 어느 편에 서 있든 손부의 주인이고 십수 년을 살았으니 그보다 더 대저택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터였다.
도망칠 생각이 있었다면 손 지부는 사전에 도주로를 확보해 놓았을 게 틀림없었다.
손 지부는 당연히 보안에 신경을 썼을 테니 그 도주로를 알고 있는 사람도 본인과 몇몇 신임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어 있을 터였다. 남제 사람들도 모를 게 확실했다.
열세인 상황에서 몰래 손 지부의 뒤를 따라간다면 살길이 생길 수도 있었다.
심균당의 말을 듣고 섭정왕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심균당이 그런 잔꾀를 생각해 낼 줄은 몰랐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손 지부는 용성에서 10년 넘게 살며 백성의 고혈을 짜내 부귀영화를 누렸으니 쉽게 목숨을 내놓고 싶지 않을 터였다. 그는 분명 자기 살길을 남겨 두었을 것이다.
섭정왕은 내심 심균당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독이 체내에 퍼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섭정왕은 손을 내밀어 심균당의 손목을 잡았다.
“손 지부는 부하한테 지켜보라고 하겠다. 우리는 아직 패하지 않았어. 좀 더 보다가 상황이 정말 여의치 않으면 자네부터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 주겠다. 아당, 자네는 무사할 테니 걱정 마라.” 섭정왕의 말은 무척 뜻밖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심균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심균당은 섭정왕이 진심으로 한 말인지 의심이 들었다.
남쪽 국경으로 내려오면서 섭정왕은 심균당을 오랫동안 속였다. 그 여파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심균당은 섭정왕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심균당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네, 알았습니다. 소신은 전하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심균당은 여전히 섭정왕을 의심했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혼란을 틈타 혼자 도망치면 될 터였다.

섭정왕은 지금 심균당이 여자가 아닐지 의심하고 있었다. 이때 도망치면 섭정왕한테서 멀리 떨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심균당은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했다.
양측의 싸움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위들한테 둘러싸인 섭정왕과 심균당도 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진천화는 초조해하며 섭정왕을 쳐다보았다.
섭정왕은 어두운 곳에서 날아오는 화살로부터 심균당을 지켜 주고 있었다.
조금 전 화살이 지나갈 때 진천화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무사히 화살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진천화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냈다.
심균당은 섭정왕 덕에 위기의 순간을 요리조리 잘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심균당은 무공을 전혀 할 줄 몰라 섭정왕에게는 걸림돌이나 마찬가지였다.
눈치가 빠른 심균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이 봤을 때 심균당과 섭정왕은 한패였다.

섭정왕한테서 멀어지면 자객들의 검이 자기를 향하게 될 거라고 심균당은 생각했다.
심균당은 섭정왕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이곳 용성에서 남제 사람들의 손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심균당이 얌전히 자기 뒤에 딱 달라붙어 있자 섭정왕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체내에 남아 있는 독에 저항하는 것도 힘든 줄 몰랐다.

섭정왕은 독이 든 술을 마시는 척만 하고 시선을 피해 소매에 술을 뱉었다. 하지만 섭정왕은 술에 탄 독이 그렇게 강력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입 안에 남아 있던 독은 분명 미량이었을 텐데도 중독 증상은 크게 나타났다. 평소 내공을 익혀 둔 게 헛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량의 독은 섭정왕에게 3할 정도의 효과를 발휘했을 뿐이었다. 조금 전 섭정왕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은 것은 내공을 운용하느라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였다.
하지만 그 독이 섭정왕에게 조금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전적으로 속임수라고 볼 수는 없었다.
남제 이황자는 섭정왕이 부하들과 함께 심균당을 보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본인이 다치는 한이 있어도 섭정왕은 자객들이 심균당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남제 이황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섭정왕을 없애려면 곁에 있는 저자를 먼저 해치워야겠구나.’ 남제 이황자는 자기 부하들에게 남제의 말로 명령을 내렸다.
섭정왕을 향하던 자객들의 칼이 심균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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