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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파란 눈
권력자가 국가 대사에 노심초사하든 말든 백성들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갔다.
때마침 새해를 맞이하여 조정과 관아도 휴식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고위 관리들은 문을 걸어 잠갔지만 새해를 축하하는 활동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심균당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 섣달그믐날 밤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새해 첫날인 오늘 원로 영흥후는 진국대장군부를 다녀왔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 노부인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기존 점포 외에 영흥후부에서 돈을 꽤 버는 사업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겨울철 채소 판매였고 다른 하나는 발하공 주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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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후부는 발하공을 파는 것은 물론 친척과 친 파워볼사이트 구에게 줄 수 있는 선물함도 팔았다. 심균당이 황제에게 주었던 그 선물함이었다.
영흥후부는 새로 개업한 발하공 주루를 통해 신선한 채소와 선물함의 주문을 받았다.
두 가지 사업은 섭 집사와 한 이낭이 맡아 처리했다.
새해를 맞고 며칠 지났을 무렵 두 사람은 심균당에게 결산 상황을 보고했다.
면적이 크지 않은 주루의 지난달 이익은 유리를 팔아 번 돈보다도 많았다.
이제 영흥후부는 재물이 풍족한 가문으로 발돋움했다.
물론 아직 몇 대에 걸쳐 부를 축적한 가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 단계까지 올라온 것만도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영흥후부의 주인과 하인들은 모두 심균당의 능력에 탄복했다.
영흥후부 사람들은 심균당을 하늘처럼 떠받들었다.
영흥후 심균당이 있는 한 영흥후부는 언제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진국대장군부에 다녀온 후 심균당은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서재에서 장향우육간(*醬香牛肉干: 소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삶은 다음 각종 양념을 첨가해 구워 낸 요리) 만드는 법을 써서 영춘과 백매에게 건네주었다.
연말에 영흥후부 집사가 소고기와 양고기를 보내왔는데 섣달그믐날 밤이 지나도 다 먹지 못했다.
심균당은 버리기가 아까워 영춘과 백매에게 고기를 조리해 먹도록 했다.
심균당은 화청 복도의 미인고에 누워 햇볕을 쬐며 서책을 읽었다.
영춘과 백매는 시녀들을 데리고 나와 수다를 떨며 장향우육간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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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느껴 보는 여유였다.
그러나 망중한을 반나절도 즐기지 못했건만 섭 집사가 울상을 지으며 들어왔다.
심균당은 햇빛을 가린 이야기책을 치운 다음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섭 집사, 정초부터 왜 그래? 무슨 일이 생겼어?” 섭 집사가 심균당에게 다가갔다.
“이상한 일이 생겼지 뭡니까. 그렇지 않으면 소인이 나리를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심균당은 섭 집사가 그리 말할 줄 몰랐던 터라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상한 일이라는 말이 심균당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심균당은 자세를 바로 하고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섭 집사, 말해 보게.”
심균당은 영춘에게 의자를 가져오게 해 섭 집사를 앉혔다.
설을 쇠는 때라 모두 한가했다. 섭 집사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운 일이 아니라면 심균당의 휴식을 방해하면서까지 찾아오지 않았을 터였다.
섭 집사가 이상하다고 한파워볼게임사이트 일의 내막은 다음과 같았다.
이틀 전 영흥후부는 새해맞이 준비에 한창 바빴다.
주방에서 일손이 부족해 집사는 하인을 시켜 노비 시장에서 힘쓰는 일을 할 만한 노비 둘을 사 오도록 지시했다.
그 하인은 일처리가 빨라 반나절 만에 노비 둘을 사 왔다. 두 노비는 부자지간이었다. 꾀죄죄했지만 키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고 비쩍 말라 보이지도 않았다.
노비 부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이 하도 지저분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영흥후부에 왔을 때도 노비 부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섭 집사가 그 하인에게 물었다.
그 하인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노비 시장의 거간꾼 어멈이 이 둘이 부자지간이라면서 몸이 튼튼하고 힘이 셀 뿐 아니라 밥도 많이 먹지 않아 힘쓰는 일에 제격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벙어리라서 제가 정말 사겠다면 한 사람 값으로 둘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쇤네가 냉큼 사 왔습니다요. 남은 돈은 출납부에 반납했고요.” 그 말을 듣고 섭 집사는 그 하인에게 바로 꿀밤을 먹였다.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하인은 노비 시장의 거간꾼 어멈한테 사기를 당했다. 벙어리는 흠이 있는 상품이라 거의 값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돈을 지불한 것이기 때문이다.
섭 집사는 그 하인을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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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후부의 사람이라고 밝히지 않았어?” 그 하인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섭 집사는 어리석은 하인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시기에 하인을 벌하는 건 상서롭지 못했고 영흥후부도 전보다 형편이 훨씬 나아졌으므로 할 수 없이 욕만 몇 마디 더 하고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
섭 집사는 그 하인이 사 온 노비 부자를 직접 살펴보았다.
거간꾼 어멈이 완전히 사기를 친 것은 아니었다. 노비 부자는 확실히 몸이 튼튼하고 병도 없었다.
말을 못 하는 벙어리였지만 단순하고 힘쓰는 일만 시키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눈치가 생길 테니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섭 집사는 생각했다.
본래 연말연시에는 파워볼실시간 사람을 내쫓지 않는 법이었고 주방에 일손도 달렸으므로 섭 집사는 노비 부자를 일단 거두기로 했다.
섭 집사는 하인에게 노비 부자를 깨끗이 씻기도록 지시하면서 깨끗한 옷과 신발도 주라고 했다.
이상한 일은 노비 부자를 깨끗이 씻긴 후 벌어졌다.
노비 부자를 목욕시키던 하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마침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섭 집사도 화들짝 놀라 그들이 목욕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인과 노비 부자를 살펴본 섭 집사는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노비 부자는 발가벗은 채 목욕통에 서 있었다. 헝클어졌던 머리를 깨끗이 감아 천 조각으로 묶어 놓은 덕에 얼굴이 온전히 드러났다.
노비 부자는 연나라 사람과는 생김새가 완전히 달랐다.
코가 오뚝하고 눈은 깊이 들어가 있었고 눈동자의 색깔도 파랬다.
연나라에서는 파란색 눈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기 때문에 노비 부자를 씻겼던 하인이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견문이 넓고 아는 게 많았던 섭 집사는 노비 부자도 자신들처럼 사람의 한 종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온 호인(*胡人: 외국인) 중에는 파란 눈을 가진 이가 많다는 소리를 섭 집사는 예전에 숱하게 들었었다.
영흥후부의 아둔한 하인한테도 아둔한 대로의 복이 있었다. 그는 한 사람 값으로 호인을 둘씩이나 사들인 것이다.
아마도 물건을 볼 줄 모르는 거간꾼 어멈은 노비 부자가 파란 눈의 호인이라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순진해 보이는 영흥후부의 하인에게 호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싸게 팔아넘겼을 것이다.
노비 시장의 규모가 크고 물건을 볼 줄 아는 거간꾼이었다면 호인의 가격을 일반 노비보다 훨씬 높게 불렀을 것이다. 연나라에서는 파란 눈의 호인이 무척 희소했기 때문이었다.
물건은 희소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다. 노비 부자가 여자였다면 가격은 두 배 이상 더 비싸졌을 터였다.
“섭 집사님, 이 사람 눈이 파래요. 귀신이 붙은 자들이라고요!” 하인은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섭 집사는 하인을 째려보았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저들은 귀신이 아니라 호인이라고. 우리 연나라 사람과 인종이 다를 뿐이야. 어서 마저 씻기고 옷을 입힌 다음 데려와.” “네, 그런 거예요? 저들이 귀신이 아니라고요?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래, 맞아. 어서 일이나 해! 뭘 멀뚱히 있는 거야. 네놈이 하지 않아도 하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고!” “아, 아닙니다, 섭 집사님. 하, 합니다. 쇤네가 한다니까요.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근래 영흥후부에서는 하인과 시녀를 후하게 대해 주고 있었으므로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새경을 많이 주는 건 물론이고 명절을 쇨 때 선물과 상도 다른 가문보다 많이 주었다.
영흥후부의 하인들은 누구도 자기 밥그릇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섭 집사의 경고를 받은 하인은 바짝 긴장한 채 즉시 자기 일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하인은 호인 부실시간파워볼 자의 몸을 깨끗이 씻긴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섭 집사에게 데려갔다.
섭 집사는 호인 부자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고개만 끄덕이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붓을 쥐여 주며 써 보라고 했지만 글을 쓸 줄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섭 집사는 두 사람을 주방에 보내 머리를 굴릴 필요 없이 힘쓰는 일만 시켰다.
섭 집사는 한 하인에게 몰래 외국인 부자를 감시하도록 했다.
예상대로 그 부자는 이틀이 지나자 노비 생활에 적응했고 사람들이 없을 때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호인 부자를 감시하던 하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섭 집사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들은 벙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섭 집사는 오늘 심균당이 한가한 것 같아 이 사실을 보고했다.
호인 부자가 외국에서 보낸 첩자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영흥후부에 노비 신분으로 위장해 첩자로 활동하다가 나중에 이 사실이 발각되면 영흥후부도 함께 엮여 대역무도한 죄를 뒤집어쓰게 되기 때문이었다.
심균당은 그것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심균당은 연경성에서 외국인을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서시(西市)에서 한 번 보았을 뿐이었다.
연나라에서 호인은 흔치 않았다.
더욱 생각지 못한 부분은 거간꾼 어멈한테서 호인을 둘씩이나 사 왔다는 점이었다.
심균당은 몹시 흥미가 일었다. 흔치 않은 일이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냈을 것이다.
“섭 집사, 한번 보고 싶으니 두 사람을 데려오게.” 심균당이 말했다.
“네, 나리. 지금 땔감 창고에 있으니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섭 집사는 하인에게 호인 부자를 데려오게 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시위 둘이 호인 부자를 심균당에게 데려왔다.

시위는 호인 부자를 무릎 꿇게 했다. 그들은 쿵, 소리를 내며 심균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심균당은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생김새를 자세히 뜯어보니 전형적인 북유럽 사람이었다.
그런데 머리 색깔은 금색이실시간파워볼 아니라 연나라보다 조금 옅은 갈색이었다.
코가 오뚝하고 눈이 깊었고 눈썹도 갈색이었다. 눈 색깔은 바다처럼 파란색이었다.
두 사람의 외모는 절반쯤 닮아 있었다. 섭 집사가 부자지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형제지간이라고 착각했을 것 같았다.
심균당이 두 부자를 살펴볼 때 그들도 심균당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둘은 심균당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심균당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만 확인하고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나이가 많은 호인은 마흔 살 가까이 되어 보였고 젊은 호인은 심균당과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심균당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호인 부자의 얼굴에는 절망적인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친척 중에 죽은 사람이라도 있는 듯 울상이었다.


심균당이 갑자기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 둘, 이름이 무엇이냐?”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호인 부자는 몸에서 넋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척했다.
심균당은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더 해 보았지만 결과는 처음과 같았다.
섭 집사는 난감해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나리, 이들은 전에도 이랬습니다. 소인이 몇 번 물어보았지만 대꾸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노비 시장에서도 말을 하지 않아 거간꾼 어멈이 벙어리라고 생각했겠지요.” 호인 부자는 시키는 대로 일을 했고 밥을 먹고 쉴 때 빼고는 감정이 없는 기계나 다름없이 생활했다.
섭 집사가 감시하라고 보낸 하인이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했다면 모두 그들을 벙어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말고 다른 수상한 행동을 보이지는 않던가?” 섭 집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나리.”
심균당은 두 부자가 평범한 호인 같아 보이지 않았다.
시위들이 그들을 데려왔을 때 심균당은 어린 호인 사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호인 소년은 협탁 위에 놓인 다기를 힐끗 쳐다보았다.
호인 소년의 눈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간과하기 쉬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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