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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검은색 잠옷
위 공공은 섭정왕을 위해 일상생활 전반을 챙겨 주고 있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먹는 것과 입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섭정왕은 태어날 때부터 몸매와 체격이 좋아서 사실 어떻게 생긴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을 뿐 아니라 색깔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하지만 섭정왕은 짙은 색을 선호했고 특히 검은색을 좋아했다.
섭정왕의 취향을 잘 아는 위 공공은 되도록 그에 맞추어 옷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섭정왕은 먹고 입는 것에 까탈스럽지 않았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위 공공이 골라 주는 대로 입었다.
위 공공은 계절에 맞추어 섭정왕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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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공공의 선택은 섭정왕의 취향과도 그럭저럭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섭정왕은 한 번도 옷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은 적이 없었다. 특별히 자기 의견을 밝힌 적도 없었다.
섭정왕에게 옷은 다 같은 것이었다. 무슨 옷을 입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섭정왕이 오늘은 골라 주는 옷이 아니라 다른 옷을 직접 선택한 것이다.
남에게 보여 주는 옷도 아닌 잠옷을 말이다. 실시간파워볼
잠옷은 말 그대로 잠을 자거나 목욕하기 전에 입는 옷이었다. 겨울에는 편안하고 보온이 잘되면 그만이라 특별한 역할을 하는 옷이 아니었다.
위 공공은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 파란색 잠옷이라고 판단했다.
위 공공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섭정왕이 입는 옷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경우라 위 공공은 약삭빠르게 침묵을 지켰다.
위 공공은 고분고분 섭정왕의 지시대로 검은색 잠옷을 입혀 주고 허리띠도 매 주었다.

마지막에는 저고리나 장포 위에 입는 덧옷인 조삼(罩衫)까지 걸쳐 주었다.
섭정왕이 걸친 조삼에는 주름이 좀 져 있었다. 파워볼실시간
위 공공은 몇 군데 있는 주름을 손으로 펴 주고는 웃으며 말했다.
“전하, 다 됐습니다.”
섭정왕은 검은색 잠옷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병풍을 돌아 방을 나갔다.
섭정왕이 성큼성큼 걸어서 나가자 뒤에 있던 위 공공이 고개를 들었다.
주인을 본 위 공공은 깜짝 놀랐다.
섭정왕이 직접 고른 검은색 잠옷이 약간 헐렁한 데다가 파워볼게임사이트 너무 천이 얇아 속이 비쳤기 때문이었다. 자칫 경박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세 겹으로 된 옷이었지만 옷감 자체가 아주 얇은 것이라 섭정왕의 구릿빛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옷 갈아입는 방에서는 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파워볼사이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밝은 곳으로 나오니 금방 티가 났다.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잠옷이었다.
‘전하께서 이 잠옷으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위 공공은 조각상처럼 몸이 굳었다.
위 공공은 무척 의아하게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주름진 얼굴을 붉혔다.
옷 갈아입는 방에서 나온 섭정왕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섭정왕은 가까운 곳에 있는 동경(銅鏡)에 비친 자기 몸을 보고 또 보았다.
마지막에는 잘 묶인 머리카락을 유심히 보기도 했다.
섭정왕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고정한 관을 빼내 한쪽에 내팽개쳤다.
관을 빼내자 검은색 머리카락이 풀어 헤쳐지면서 어깨와 등을 덮었다.

약간 말린 머리카락의 끝부분은 잘록한 허리까지 내려왔다.
냉혹하고 근엄한 얼굴에 자유분방하고 거친 매력이 더해졌다.
자기 외모를 실컷 감상한 섭정왕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안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온천탕 옆에서 넋을 놓고 있던 심균당은 발소리를 듣고 시선을 옮겼다.
심균당은 막 들어온 섭정왕과 눈이 마주쳤다. 세이프파워볼
섭정왕은 검은색 잠옷을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맨발로 걸어 나온 그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어 구획 정리가 끝난 근육 덩어리들까지 얼핏 보였다.
섭정왕이 아랫도리에 제법 두툼한 바지를 입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심균당은 자기가 투시력을 지닌 게 아닌가 하고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심균당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섭정왕을 쳐다보았다.
섭정왕은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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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온천탕 앞으로 걸어가 바지와 상의를 벗어 한쪽으로 세이프게임 내팽개친 다음 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장면을 보던 심균당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염라대왕이 제멋대로에 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몸 하나는 끝내주는걸!’ 근육이 너무 보기 싫게 우락부락하지도 않았고 피부 색깔도 완벽한 구릿빛이었다.
허리에 군살 하나 보이지 않았다.
복부 근육은 각 덩어리들이 여덟 곳으로 나뉘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카락은 어깨와 등에 늘어뜨려져 있었고 끝부분은 고양이 발톱처럼 살짝 말려 있었다.
섭정왕은 안 보는 척하면서도 사실 심균당을 주시하고 있었다.
심균당이 넋을 놓은 채 자기 몸을 감상하고 있자 섭정왕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애송이 녀석, 역시 보는 눈은 있어서…….’ 섭정왕은 두 팔을 온천탕에 걸치고 등을 매끄러운 벽에 기댔다.

편안하게 숨을 내쉴 때는 매력적인 신음 소리를 내쉬기도 했다.
마치 사람을 꾀어 데려가려고 지옥에서 보낸 요괴가 낼 것 같은 소리였다.
심균당은 누군가 귀를 깃털로 간지럽히는 것처럼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사소한 동작까지 놓치지 않았다.
섭정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영흥후, 충분히 보았나?”
순간 심균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균당은 조각상처럼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섭정왕이 한껏 비웃는 말투로 물어보자 난감해진 심균당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퍼뜩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심균당은 일단 온천욕을 즐기는 섭정왕을 보지 않으려고 등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바닥으로 향했다.

온천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 탓에 살짝 붉어진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심균당은 숨을 고르고 마음을 안정시킨 다음 더듬더듬 말했다.
“전하, 소신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바, 방금 딴생각에 정신이 파, 팔려 실수를 저질렀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참 구차한 변명이었다.
심균당은 자기가 말해 놓고 바로 후회했다.
지금 한 말은 차라리 비역질한다고 인정하는 것보다도 못했다.
예상대로 온천탕에서는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심균당의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섭정왕은 귀까지 새빨개진 심균당을 보고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
그러곤 가까운 곳에 있는 장의자를 가리켰다.

섭정왕은 나른하게 말했다.
“이곳은 와룡별장이다. 연경성 일대에서는 제일 좋은 온천이라고 할 수 있지. 유경별장의 명거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기왕 왔으니 이곳 온천욕은 어떤지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영흥후 생각은 어떤가? 저기 영흥후가 입을 잠옷도 준비해 두었네만…….” 심균당이 짐작했던 것처럼 섭정왕이 소유한 온천별장이었다.
‘염라대왕이 함께 온천욕을 즐기자고 권하는 것은 한 식구처럼 여긴다는 뜻인가? 염라대왕은 남자를 좋아하는데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난 죽은 목숨이겠지?’ 온천욕을 같이 하더라도 조심한다면 여자라는 게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섭정왕이 희롱한다면 어쨌든 손해를 보는 건 심균당이었다.
심균당은 섭정왕의 제안을 완곡한 말로 거절했다.
“전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오나 소신은 조금 전에 온천욕을 했기 때문에 전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섭정왕의 눈에서 감정이 폭풍처럼 일었다가 잦아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섭정왕이 말했다.
“영흥후는 유경별장의 명거에서 미인들과 어울리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 같던데 이곳에는 나밖에 없어 싫은가 보군!” 심균당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소신이 어찌 감히 그렇겠사옵니다. 전하의 오해십니다.” “영흥후가 내 앞에서 감히 못 하는 일도 있던가?” 섭정왕은 말을 마치고 손뼉을 쳤다.
그러자 밖에서 잰걸음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심균당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머릿속으로 그동안 섭정왕과 있었던 일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섭정왕이 정말 여자들을 불러들여 온천욕을 즐기지는 않겠지…….’ 심균당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온천탕의 망사가 밖으로 올려졌다.
단정한 차림의 시녀들이 걸어 들어왔다. 시녀들은 몸매도 늘씬했다.
맨 앞에 있는 시녀는 조금 전 심균당에게 차를 따라 주었던 시녀였다.
그 시녀는 다른 세 시녀와 함께 섭정왕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린 다음 심균당에게도 예를 올렸다.
“영흥후는 시녀가 없으면 목욕도 하지 못하니 너희들이 함께 시중을 들어 주도록 하라.” 섭정왕은 살짝 눈을 감은 채 지시했다.
섭정왕의 명령을 들은 시녀들은 두말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그중 두 시녀는 심균당에게 다가와 함께 온천탕에 들어가려고 했다.
심균당은 염라대왕이 이런 수작을 부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닙니다, 전하. 소신은 정말 온천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호의는 감사하오나…….” 심균당은 손을 저으며 극구 사양했다.
그러는 사이, 나머지 두 시녀는 이미 온천탕으로 들어가 천천히 섭정왕에게 다가갔다.
심균당은 섭정왕을 힐끗 쳐다보았다.
섭정왕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이 일었다. 한편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자기가 온천탕에서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싶었으면서 왜 내 핑계를 대…….’ 심균당은 여자라서 아무리 예쁜 시녀가 시중을 들어 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섭정왕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모든 신경은 심균당에게 쏠려 있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있는 쪽으로 귀를 활짝 열어 두었다.
옆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들한테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만하지 못할까! 전하의 체면을 생각해 봐주려고 했더니 내가 한참 우스워 보이는 것이냐. 그래도 너희들이 놓아주지 않겠다면 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심균당은 자신에게 들러붙는 두 시녀를 거칠게 뿌리쳤다.
깜짝 놀란 두 시녀는 바로 바닥에 엎드려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영흥후는 온천탕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시녀들을 온화하게 대해 주었다. 그래서 잘만 꼬드기면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시녀들은 영흥후한테도 성깔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성질을 부리자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시녀들은 바로 영흥후한테서 떨어졌다.
심균당이 완강히 거절하자 섭정왕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유경별장의 명거에서도 애송이 녀석은 소양공주가 보낸 여자를 싫어했지. 이제는 내가 붙여 준 시녀들도 마다하는군. 정말 측근 시녀 둘한테 정이 단단히 든 걸까? 애송이 녀석이 측근 시녀들만 총애한다……?’ 섭정왕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조금 전 섭정왕이 온천탕에 들어왔을 때 심균당은 넋을 놓은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섭정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심균당의 진짜 속내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온천탕으로 들어온 시녀들이 점점 더 섭정왕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특별히 교육을 받은 시녀들이었지만 오랫동안 황실 온천별장에 머물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자주 오지 않는 섭정왕이 온 드문 날이었기 때문에 시녀들은 어떻게든 섭정왕의 눈에 들려고 애썼다.

두 시녀는 눈빛을 교환하며 섭정왕의 몸에 손을 댔다.
가슴과 어깨가 차가워지자 섭정왕은 가늘고 긴 눈을 번쩍 떴다.
섭정왕은 분노의 일갈을 날렸다.
“썩 꺼지지 못할까!”
두 시녀는 혼비백산하며 손을 거두고는 허겁지겁 온천탕을 빠져나갔다.
두 시녀는 잔뜩 긴장한 데다 온천탕의 바닥과 벽이 너무 매끄러워 기어오르다 몇 번씩 미끄러졌다.
심균당은 온천탕에서 올라온 시녀들을 향해 손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시녀를 가리켰다.
온몸이 젖은 시녀들은 그녀들까지 끌고 온천탕을 나갔다.
시녀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사라져 갔다.
심균당은 입을 씰룩거리며 멀어져 가는 시녀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거야, 도무지 염라대왕의 감정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가 어렵구먼.’ 딴생각에 빠져 있던 심균당은 섭정왕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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